고속철도 다시 일원화? 코레일·SR 통합, 반대·독점 우려에 ‘진통’ 예고

세종=데일리안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12.08 17:58  수정 2025.12.08 18:10

내년 3월부터 수서발 KTX 투입…연말까지 기관통합 추진

고속철도 운영통합에 공감대 형성했지만 기관통합은 이견

일 1.6만석 공급 효과도 물음표 “인프라 정책, 정치에 흔들”

ⓒ뉴시스

정부가 내년 말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을 통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의 주체인 SR이 기관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인 데다 철도업계에서도 독점 체제에 따른 부작용과 함께 좌석 공급 확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가 8일 발표한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KTX와 SRT 간 교차운행을 시작으로 고속철도 운영통합을 꾀하고 연구 용역과 법정 절차 및 논의를 거쳐 내년 말까지 기관통합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서발 KTX, 서울발 SRT…단계적 운영통합 추진


정부는 고속철도 운영통합의 첫 단추로 현재 SRT만 운행 중인 수서역에 내년 3월부터 KTX 열차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SRT(410석)보다 2배 이상 좌석 수가 많은 KTX-1(955석) 열차가 투입되면 수서발 고속철도의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존에 KTX만 운행했던 서울역에서도 SRT를 운행하는 상호 교차운행을 시작하고 이후 호환 소프트웨어(SW) 설치 및 안전성 검증 등을 거쳐 KTX와 SRT를 복합 연결하고 혼합 편성으로 운행해 좌석공급 확대 효과를 최대한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현재 수서발 열차 수요에 대한 압력이 굉장히 심각하다”며 “(교차운행으로) 공급과 수요의 밸런스가 특히 맞지 않는 수서발 고속 열차의 좌석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이어 “단기적으로 서울역 좌석이 줄고 수서역 좌석이 늘어나는 문제는 내년 하반기에 해결될 것”이라며 “내년 중후반기 정도 되면 KTX와 SRT를 복합 연결하는 등 완전한 형태의 교차 운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와함께 단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결제 및 발권, 환승할인, 열차 변경시 취소수수료 면제 등을 추진하는 한편 운임과 마일리지 등 현재 상이한 서비스들은 국민 편의를 최우선으로 해서 조정할 방침이다.


SR, 기관통합에 반대…좌석공급·요금인하 효과도 물음표


정부는 이러한 운영통합을 바탕으로 코레일과 SR간 기관 통합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코레일과 SR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과 법정절차 등을 거쳐 내년 말까지 기관통합을 마무리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양 기관의 통합이 현실화되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됐던 고속철도 경쟁체제가 10여 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되는 셈이다. 고속철도 경쟁 체제는 지난 2011년 논의를 시작해 2013년 SR 출범, 2016년 SRT 운행으로 본격화된 바 있다.


양 기관의 통합은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논의를 시작했지만 윤석열 정부 시절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 다시 잠잠해졌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고속철도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고속철도 이원화로 인한 경쟁 효과 등 편익보다 기관 통합 시 발생하는 비용 절감과 소비자 편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뉴시스

다만 고속철도 운영기관간 통합 추진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달라 진통도 예고된다. 철도노조는 운영기관 통합이 비용 절감과 좌석 증가 효과를 통한 공공성 확대 뿐만 아니라 철도산업 경쟁력 향상에도 긍정적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SR은 고속철도 운영 통합을 수용할 순 있어도 기관간 통합에는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고 단일 기관에 의한 독점 운영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윤 국장은 “SR은 운영통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인데 일방적인 기관 흡수통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철도 전문가는 “코레일이 SR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SR도 차량 정비 등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해왔다는 점을 보면 완전한 경쟁 체제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독점 체제시 또 다른 경쟁업체를 들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긴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관간 통합시 효과로 기대되는 고속열차 좌석공급 확대와 요금 인하 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을 지도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코레일은 기관통합이 완료되고 고속철도 운행이 일원화될 경우, 하루 1만6000석의 공급 효과가 발생하고 중복 비용을 효율화해 운임을 10% 할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좌석 공급 효과와 운임 인하는 양기관 통합이 가시화되면 보다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KTX 요금이 지난 14년째 동결된 상태여서 가격을 인하하기 보단 중복 비용 효율화가 상승 요인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코레일과 SR이 내년부터 차세대 EMU-320을 본격 도입함에 따라 향후 5만석 수준의 추가 좌석 공급이 예정돼 있고 평택~오송 구간의 선로 용량이 포화 상태여서 기관 통합을 통해 좌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다른 철도업계 관계자는 “SR과 코레일이 제작 발주한 열차가 내년부터 납품되기 시작하면 현재의 좌석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이용객 편의 증진을 위한 방법이 기관 통합밖에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10년 전 경쟁 체제 도입 시에도 요금 인하 등 소비자 만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추진됐는데 이제는 좌석을 늘린다는 이유로 통합을 추진한다”며 “이는 국토부의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좌석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되며 이는 요금 정책 등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라며 “정치 공약만으로 국가 인프라 정책이 바뀌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1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고코
    독재가 경쟁이 뭐 필요하겟냐  모든 것이 1개면되지.. 당도 1개  기차도 1개  직장도 1개 모든게 1개면 되나 ㅎㅎㅎㅎ 이런게 공산 사회주의 아니겟냐.. 그런데 신기하게 마누라는 2명이상이냐 애인도 잇고  현지처도 잇고
    2025.12.08  09:37
    0
    0
1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