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시작한 해수부, ‘지역 경제’ 강조하다 중앙정부 역할 잊을라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2.08 11:51  수정 2025.12.08 13:33

8일부터 2주간 청사 이전 시작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 높은 장관

최근 부산 지역 ‘정치 행보’ 늘어

이전 지원 특별법은 ‘반쪽’ 통과

8일 오전 해양수산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5동 건물 내 이삿짐 정리를 위한 바구니가 쌓여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해양수산부가 8일부터 부산 이전을 시작한 가운데, 정책 중심을 지나치게 지역에 둠으로써 사실상 ‘지방 기관’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해수부는 이날부터 약 2주에 걸쳐 정부세종청사에서 부산으로 이전 작업을 진행한다. 해운물류국을 시작으로 무기계약직 포함 850여 명의 인력이 부산에 자리를 잡는다. 해수부는 21일까지 이사를 완료하고 이후 개청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수부 부산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북극항로 개척, 신(新) 해운물류 시대 등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해수부가 부산 이전 후 지나치게 지역 중심으로 쏠리면서 오히려 ‘지방 기관화’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특히 전재수 장관의 내년 지방선거 부산시장 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런 걱정이 깊어진다.


전 장관의 최근 부산 지역 행보는 눈에 띌 정도다. 전 장관은 지난 11월 한 달 동안 공식 행보로 부산을 찾거나 지역 관계자들을 만난 게 일곱 차례에 달한다.


전 장관은 11월 1일 민주당 부산시당 제2차 임시당원대회에 참석해 “지난 35년 동안 국민의힘은 부산을 망가뜨렸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더 이상 부산이 추락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자들의 결집을 당부했다.


같은 달 3일에는 부산을 찾은 무릴루 갈디누(Murilo Galdino) 브라질 연방 하원 항만특별위원장 등과 오찬 면담을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BNK 금융지주와 업무협약(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11월 8일에는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부산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부산은 북극항로가 열리면 항로의 시·종착지점이자 세계 3대 항로가 모두 지나게 되는 글로벌 해양 도시가 될 것”이라며 “해수부 이전은 북극항로 시대와 국가 균형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에는 세종시에서 부산 상공인들을 만났다. 전 장관은 “해수부가 다음 달 부산으로 이전을 완수하면 해양수도권 육성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며 “더 많은 기업, 기관들을 부산에 함께 집적화하여 새로운 해양수도권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요청드리며, 해수부도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5일 해양안전산업포럼 참석해 축사를 남겼다. 같은 날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본사 부산 이전 발표회에도 참석했다.


지난 5일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본사의 부산 이전 발표회가 열린 부산 중구 코모도호텔에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기능·권한 강화 없는 ‘반쪽’ 특별법, 국회 통과


전 장관 행보 가운데 브라질 연방 하원 위원장 면담, BNK 금융지주 MOU 등은 해수부 장관으로서 업무와 관련한 일정이다.


다만 민주당 행사 당원대회나 토크콘서트 참석은 개인 정치 활동에 가깝다. 부산 상공인과의 만남도 전 장관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 때문에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SK해운·에이치라인해운 부산 이전 발표회 참석도 마찬가지다. 행사 자체가 해수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민간 기업이 본사를 특정 지역으로 옮기는 것에 해당 지자체장이 아닌, 해수부 장관이 환영의 뜻을 밝히는 건 이례적이다.


전 장관은 이날 발표회에서 “국가적 목표인 해양수도권 조성에 함께해주신 에이치라인해운과 SK해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전 기업과 임직원이 부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과 협력하여 실질적이고 전방위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 장관이 부산 지역 행보를 늘리는 동안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해수부 이전 특별법)’은 반쪽 통과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화한 해수부 이전 특별법은 해수부를 비롯한 부산 이전기관의 이주·정착을 지원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핵심 내용인 해수부 기능 강화와 조직 확대 내용은 빠졌다. 해사법원 설치도 마찬가지다.


해수부는 그동안 북극항로 시대 준비를 위해서는 관련 산업 집적화와 부처 기능 강화, 권한 확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결과적으로 해수부는 현재 권한과 기능 그대로 분산으로 옮겨가게 됐다. 산업통상부가 담당하는 조선·해양 플랜트 기능도 가져오지 못했다. 조선·해양 플랜트 산업은 향후 북극항로 개척의 핵심 하드웨어 사업 중 하나다. 지난번 정부 조직개편 방안에서 빠진 데 이어 이번 특별법에도 내용을 담지 못했다.


해수부 고위 공무원 출신 A 씨는 “해수부 부산 이전이 결정됐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게 이런 점”이라며 “해수부는 가뜩이나 부산 지역과 연계성, 연관성이 늘 부각돼 왔는데 부산 이전으로 그런 모습이 더 강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앞으로 지역 발전이나 이런 내용은 이제 해수부 차원에서 언급해서는 안 된다”며 “해수부는 오롯이 해양과 수산, 해운물류 등 본연의 업무에 관한 것들로 일을 해야 중앙 부처로서의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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