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함께 성장하는 일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12.06 07:30  수정 2025.12.06 07:30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일본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 꾸준하게 확산되고 있다. 과거엔 일본 문화를 ‘왜색’이라고 해서 금기시하기도 했었고,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부정적인 느낌을 많은 이들이 받았었는데 요즘엔 그런 경계심이 매우 옅어졌다.


일단 국내 극장가에서 올해 흥행을 주도한 만화영화 중에 일본 작품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은 연간 흥행 순위 1위에 올랐고 ‘극장판 체인소맨’도 300만 명을 돌파했다. 2023년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이 신드롬을 일으켰었다.


특히 누적 관객 566만 명으로 올해 국내 영화 흥행 전체 1위에 오른 ‘귀멸의 칼날: 무한성’은 군국주의 미화 논란을 겪었던 작품이다. 배경이 일본 다이쇼(1912~26) 시대라서 군국주의 시절의 모습들이 나오고 주인공 귀고리에 욱일기와 유사한 문양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개의치 않았다.


케이팝이 화려하게 각광 받는 사이에 제이팝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2024년 12월 14일에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카제(Fujii Kaze)가 일본 가수로는 최초로 고척돔에서 단독 공연을 진행했다. 고척돔은 국내 1급 아이돌도 쉽게 공연을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곳이다. 통상적으로 고척돔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케이에스포 돔 정도가 많은 아이돌들에게 꿈의 공연장으로 인식된다.


그런 고척돔에서 일본 가수가 단독 공연을 한 것이다. 당시 표 판매를 시작한 직후에 매진됐고, 후지이 카제라는 키워드가 엑스(구 트위터)의 대한민국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었다.


제이팝 스타일과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는 케이팝도 나온다. 국내 음원시장에서 크게 히트한 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같은 노래들이다. QWER과 같은 밴드의 부흥도 제이팝 스타일과 가깝게 느껴진다.


올 11월에 열린 제이팝 뮤직 페스티벌 ‘원더리벳 2025’엔 사흘 동안 4만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2023년에 처음 시작됐을 땐 작은 행사 정도였는데 2024년엔 2만 5000여 명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엔 4만 규모의 중견 페스티벌이 된 것이다. 관객이 계속 불어나기 때문에 내년엔 더 큰 행사장을 찾는다고 한다.


TV에서도 일본 노래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종편에서 방영되는 일부 경연프로그램과 그에 연계된 파생 프로그램들에서 일본 가수들이 출연해 일본어 노래를 부른다. 이 프로그램들에선 한국 가수도 일본어 가창에 가세한다.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인데, 요즘엔 이런 일본어 가창에 대해 아무런 논란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일본 문화 개방을 추진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우려가 매우 컸었다. 일본 문화에 점령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문화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했다. 한국 경제도 눈부시게 발전해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요즘 젊은이들은 한국 문화가 세계를 선도하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자랐다. 그렇다보니 일본 문화에 대해 위협감을 느끼지 않는다. 지금은 일본 젊은 층이 한국 문화를 동경하는 시대다. 일본 내에서 한국 문화의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러니 일본 문화에 대한 위협감이 생길 수가 없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개방했고, 선진국에 진입한 지도 매우 오래됐다. 그렇다보니 문화적으로 성숙한 부분이 있고 우리와는 다른 다양성을 보유하기도 했다. 인구가 우리보다 훨씬 많아서 다양성면에서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그래서 한국 문화로만은 채워지지 않는 다양한 취향을 일본 문화가 채워 줄 때가 있다. 이런 부분들을 젊은 세대가 향유하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했다. 올 9월에 진행된 경향신문의 ‘2030 대일 인식조사’에선 젊은 세대의 66%가 향후 한일관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66.3%가 ‘일본 문화와 제품을 즐기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정치외교적 문제와 별개로 문화는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과의 관계에선 정치외교 부분이 중요 변수일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군국주의적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한일관계가 한 순간에 경색될 수 있고 그러면 문화교류도 영향 받을 수 있다. 일본 문화를 선호하는 젊은 층이라 해도 일본 군국주의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선 현재와 같은 일류의 확산세가 그대로 유지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양국 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정치적 사건이 없는 한 일류는 계속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웃 나라 간에 문화가 흐르는 것은 당연한데, 한국 문화가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양국 간의 교류가 확대되고 있고 일본도 나름 선진적인 문화산업을 보유한 국가이니, 우리나라로 일본 문화가 들어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런 흐름이 우리의 문화적 자양분이 돼서 한국 문화의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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