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메시지, '위기 극복 주체'라는 상징 부각
국민 수상 전례 없어…노벨위원회 기준과도 거리
통합 메시지 성격 강해…실질 수상은 불가능할듯
"아직까지 성과 명확하지 않아…충족하기 힘들것"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롭게 선 민주주의, 그 1년 '외신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국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힌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상징적 메시지 이상의 현실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벨위원회가 지금까지 국민 전체를 수상자로 선정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고, 올해 국제 정세 역시 우리 국민의 집단적 성취를 세계 평화의 결정적 계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 때문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특별성명에서 "불법 계엄을 물리치고 불의한 권력을 몰아낸 점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대 사건"이라며 "만약 대한국민이 평화를 회복하고 온 세계에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면 갈등과 분열로 흔들리는 모든 국가들에 크나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타당성과 현실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며 "국민이 나서 계엄을 맨손으로 아름답게 막아내고 평화를 지켜낸 건 전 세계 시민에게 큰 전범(典範)이 될 수 있다. 세계 모든 민주 시민에게 커다란 희망을 주지 않았겠느냐"라고 했다. 대통령의 언급은 '국민 통합'과 '평화 회복'을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되지만 실제 노벨상 수상 가능성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노벨평화상은 매해 국가 간 갈등을 완화하거나 인권·평화 증진에 눈에 띄는 기여를 한 개인 혹은 단체에 수여된다. 후보 추천은 이듬해 2월초까지 이뤄지는데, 우리 국민 전체가 후보로 추천되는 것 자체는 절차상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노벨위원회는 '국민 전체'라는 추상적 공동체를 수상자로 선정한 적이 없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심사 기준이 '명확한 행위 주체와 구체적 행동'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집단 전체가 기여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실제로 그동안 평화상을 거머쥔 사례를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는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마지막 백인 대통령인 F.W. 데 클레르크 대통령과 지난 1993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을 이끈 존 흄·데이비드 트림블 등 갈등 해결의 명확한 주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처럼 국제기구가 받은 적은 있지만, 그 또한 구체적 활동 실적과 인도주의적 지원이 뚜렷하게 확인된 경우였다. 이같은 점에서 특정한 인물이나 조직이 아닌 국민 전체가 상을 받을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오후 국회 앞 국회대로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 집회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제정치 환경도 걸림돌이다. 노벨평화상은 기본적으로 '국제사회 안정'과 '다자주의 강화'에 이바지한 인물을 선호한다. 다만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북한은 최근까지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고, 남북 간 공식 대화 채널도 사실상 닫혀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평화상은 '분쟁 해결'이 진행 중이거나 성과가 명확할 때 주어지는데, 그 기준에 충족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갖는 정치적 의도는 비교적 분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 통합, 평화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국제적 상징성에 빗대 강조함으로써 '12·3 비상계엄' 1년 이후의 국정 기조를 정리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노벨상 수상 가능성 자체보다 '국민이 위기 극복의 주체'라는 상징을 부각하려는 목적에 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이라는 것은 추상적 개념이고 상을 받는 존재라는 건 구체적 개념이 돼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노벨상 특별성명 발언은) 그만큼 국민이 참 존경스럽고 잘했다는 의미여서 수상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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