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달새 전세대출 2849억 줄어, 3개월 연속 감소
주택 관련 대출 전반 사실상 ‘잠김’ 상태
주담대보다 금리 높은 신용대출은 급증
“‘무조건 조이기’식 대출 규제, 실수요자 불안 키우는 역효과”
5대 시중은행의 11월 전세자금대출은 한 달 새 2849억원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집단대출은 무려 7996억원 줄어 14개월 연속 감소 기록을 이어갔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주택 관련 대출을 강하게 조이는 정부 정책이 정작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15대책 이후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는 물론, 전세·집단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을 일제히 죄기 시작하면서, 잔금이나 전세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11월 전세자금대출은 한 달 새 2849억원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집단대출은 무려 7996억원 줄어 14개월 연속 감소 기록을 이어갔다.
정책자금과 일부 신용대출을 제외하면 주택 관련 대출 전반이 사실상 ‘잠김’ 상태에 가깝다.
문제는 이런 대출 축소가 수요 억제를 넘어 실생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정부의 대출 총량 규제에 맞추기 위해 기존의 모집인 채널은 물론, 최근엔 영업점 신규 주담대까지 막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새 아파트 잔금을 앞둔 입주 예정자,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 등 자금 마련이 절실한 실수요자들은 사실상 대안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은 실수요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은행권이 주담대 문을 닫자 부족한 잔금을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메우는 사례가 늘면서 오히려 부담은 더 커졌다.
주담대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도 이 같은 ‘풍선효과’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11월 한 달 동안 신용대출 잔액은 8316억원 늘어 주담대 증가액을 크게 넘어섰고, 두 달 동안 증가 규모만 1조7567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정부가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무조건 조이기’식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의 불안을 키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가 시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주택대출 봉쇄가 고금리 신용대출로 실수요자를 밀어붙이는 기형적 역전 현상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세 만기나 잔금 일정은 개인이 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정책 의도와 달리 실수요자가 대출 접근성을 잃으면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출 절벽’이 현실화되자 인터넷은행에서는 새벽마다 신용대출을 받기 위한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루 제한적으로 풀리는 신용대출 한도를 잡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앱 접속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이미 연간 관리 목표를 넘어서 사실상 연내 신규 공급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며 “기존 대출 상환 일정에 맞춰 극히 제한적인 물량만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증시 활황으로 일부 자금이 ‘빚투’ 수요까지 자극되면서, 정부의 무차별적 대출 조이기가 오히려 고위험 차입 확대라는 역효과를 만들어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담대 길을 막아놓으니 차주들이 더 위험한 빚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가 대출 총량 숫자만 바라보며 일괄적으로 틀어막는 바람에, 오히려 고금리·고위험 신용대출이 급증하는 부작용을 스스로 만든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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