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가요?”…불필요한 처방을 막기 위한 선택의 순간 [항생제 내성④]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11.27 07:00  수정 2025.11.27 07:00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 처방은 단일 기준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 접근성, 진료시간 제약, 환자의 기대와 의료진의 판단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처방이 복합적으로 결정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기 위한 검사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환자 상태를 단기간에 재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지 않은 처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내성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항생제 사용량은 이런 구조적 요인이 누적되며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2025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의사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89.1%는 내성을 공중보건 측면에서 심각하다고 답했다. 90.3%는 내성이 환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식했다.


내성 감염 환자는 회복이 더디고 선택 가능한 항생제가 줄어들어 치료 난이도가 높아진다. 의료진은 내성 증가 속도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확인하고 있다.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생제를 처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0.8%였다. 1순위 요인으로는 환자 요구가 30.4%로 가장 많았고 증상 악화 우려가 24.0%, 검사 어려움이 18.8%였다.


검사 결과가 즉시 확인되지 않거나 환자의 재내원 가능성이 낮을 경우 처방이 과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항생제 효과 경험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어 단순한 임상 기준만으로 처방이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 확인됐다.


3순위까지 합쳐 보면 증상 악화 우려가 61.1%, 과거 항생제 효과 경험이 52.9%, 검사 어려움이 51.4%였다. 진료 과정에서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고려되면서 의료진의 판단이 흔들리는 경우가 생기고 항생제 사용량도 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처방 이유를 설명한다는 응답은 93.9%였고 복용 용법 설명이 86.4%, 이상 반응 설명이 81.7%였다. 설명 의지는 높았지만 진료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필요한 안내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한계도 확인됐다.


내성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진단 과정의 정확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처방을 줄일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 감염 여부 판단을 위한 검사 접근성을 개선하고 의료진이 환자의 복용 이력과 병력 정보를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보완하면 처방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외래 이동 과정에서 중복 처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기관 간 진료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환자가 항생제를 당연하게 기대하지 않고 의료진 판단에 따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설명 과정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처방 과정은 더 일관되고 내성 위험도 낮출 수 있다.


내성을 늦추기 위해서는 진료실 안의 선택이 중요하다. 환자가 항생제를 당연히 요구하지 않고 의료진 판단을 신뢰하는 태도는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의료진이 더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환자가 이를 받아들일 때 항생제 사용은 더 정교해지고 내성 속도는 늦출 수 있다.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초기에는 감기와 세균 감염의 증상이 비슷해 의료진도 항생제 투여 여부를 즉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의료인과 환자 역시 (증상을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 기다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 10명 중 9명은 괜찮아도 한 명이 나빠지면 ‘왜 항생제를 안 줬냐’고 돌아온다. 이런 압박 속에서 불필요한 처방이 생기기도 한다”며 “여행 전 항생제를 미리 받아 가는 분들도 있고 항생제를 안 줬다고 다른 병원으로 가 처방을 받는 일도 있다. 이런 반복이 쌓이면 치료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