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서 드러난 전산·준법 취약…확장 로드맵과 온도차
‘판매전문회사’ 추진하지만…기반 체계는 여전히 미완성
협상력 쏠림 우려 지속…보험료 인상 전가 논란도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가 중장기적으로 ‘보험판매전문회사’와 ‘금융판매전문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금융감독원 평가에서 내부통제 역량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며 로드맵과 현실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GA 내부통제 실태평가 결과 대형 GA 75개사의 평균 등급은 3등급(보통)이었지만 실제 운영·점검 역량을 의미하는 통제활동 부문은 4등급(취약)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산시스템 구축·운영, 준법감시 활동, 준법감시인 협의제 등 핵심 세부 항목은 5등급(위험)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GA가 소비자 보호·위험관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필수 역량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처럼 내부통제가 부실한 상황이지만 GA 업계는 지위·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현재 GA가 보험사의 ‘대리인’으로 분류돼 있어 소비자 피해 발생 시 1차 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에 따라 GA를 ‘보험판매전문회사’로 승격시키고, 자본금 요건·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는 대신 GA가 금융회사 수준의 1차 배상책임을 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는 GA가 보험뿐 아니라 대출·투자 등 비(非)보험 금융상품을 함께 취급하는 ‘금융판매전문회사’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금융상품을 종합적으로 중개·관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무거운 책임을 전제하는 전문회사 전환에는 내부통제 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GA가 1차 배상책임을 수행하려면 배상능력·IT 관리·준법감시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업계 안팎에선 GA의 판매 규모와 시장 내 영향력은 빠르게 커졌지만, 위험관리·전산·준법 기능 등 핵심 역량은 여전히 금융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의 우려도 크다. GA가 전문회사로 전환되면 수수료·사업비 협상력이 GA로 과도하게 이동하고, 보험사는 이를 맞추기 위해 총사업비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보험료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또 GA의 협상력이 대형사로 집중되면 중소 보험사는 판매 창구 접근성이 떨어지고, 상품전략이 위축되며 시장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GA 업계가 기대하는 속도로 전문회사 전환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부통제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권한만 확대되면 시장 혼란과 소비자 피해가 동시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의 역할 확대 자체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금융회사급 권한을 요구하는 이상 IT·배상능력·준법통제 등 기본 인프라를 먼저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의 내부통제 수준으로는 전문회사 전환이 이뤄질 경우 소비자 피해가 누적되고, 책임은 다시 원수사로 돌아오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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