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땜질 처방'에 1470원대 환율 고착화 위기[긴급점검-고환율]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1.27 07:27  수정 2025.11.27 07:27

1470원대 환율 구조화 조짐 보이는데

말로만 잡는 정부…불안 잠재우기 역부족

정부 안이한 대응에 달러 유출 가속화 우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8원 내린 1465.6원에 거래를 마쳤다.ⓒ뉴시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뚫고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원화 약세를 고착화 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거듭 환율 안정 의지를 밝혔지만 실질적인 대책 없이 '단호한 대응'만 강조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8원 내린 1465.6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거래일 연속 1470원대 주간거래 종가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 초반부터 1460원대로 낮췄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가 이날 진행되면서다.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환율이 하락하긴 했으나, 하락 폭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구 총리는 "미국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과 주요국 재정 리스크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국내에서는 구조적 외환 수요 압력까지 더해져 원화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68억1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간 무역으로 벌어들인 규모인 무역수지 60억5700만 달러보다 약 7억 달러 많은 수준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투기적 거래와 일방향 쏠림 현상을 주의 깊게 모니터하고 변동성이 과도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다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역시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조정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연금을 직접 동원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기재부·금감원·한은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가 "단기 시장 개입이 아니라 연금 수익성과 장기 안정적 지급을 위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활용만으로는 고환율 기조에 따른 시장 불안을 가라앉히기엔 불충분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외환 당국이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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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원화 약세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환율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달러 유출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제 교역에서의 실질 원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구조적인 고환율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고환율은 대내외적인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외환시장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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