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말금·봉태규 '고당도', 떫음과 달콤함 사이의 가족 희비극 [D:현장]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1.24 19:10  수정 2025.11.24 19:10

'고당도'가 서로의 떫음과 달콤함을 견디며 익어가는 가족의 풍경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CGV에서는 권용재 감독, 배우 강말금, 봉태규, 장리우, 정순범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고당도'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고당도'는 아버지 부의금으로 조카의 의대 등록금을 마련하려는 가족의 가짜 장례 비즈니스를 그린 영화로, 신예 권용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권용재 감독은 '고당도'를 연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제가 제철 과일을 좋아하는데 먹을 때마다 백번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소중하게 먹는 습관이 있다. 자취를 시작한 뒤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러 갈 때마다 이 시간이 마치 제철 과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 속에서 과일과 가족의 이야기를 겹쳐 풀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부고에서 사용되는 고와 도달하다는 의미의 당도를 겹쳐봤다"라며 "여기서의 고는 죽음을 뜻하는 고(故)가 아니라 고향의 고(古)이기도 하다. 도달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고민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밝혔다.


강말금과 봉태규가 극 중 부의금을 목적으로 아버지의 가짜 장례식을 꾸미는 남매 선영과 일회로 분했다.


강말금은 "2019년 단편으로 권용재 감독과 처음 만났다. 같은 테마인데 장례식을 한 번 하는 이야기다. 그게 발전돼 5년 후 장편이 돼 장례식을 3번 하는 이야기로 나에게로 왔다"라며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단편과 비교하면 제 세대와 동호 세대가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며 가족을 원망하는 모습이 더 깊게 느껴졌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 역할로 저를 다시 불러준 것도 고마웠다. 마침 제가 쉬고 있던 시기라 운명처럼 느껴져서 바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봉태규는 "23년도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단편영화에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때 감독이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어울릴 법하다며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주겠다고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단숨에 읽고 너무 재밌었다. 꽤 큰 고등학생 아버지로 나온다는 점이 좋았다. 생각보다 나이가 꽤 있어서 그런 부분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과 맞물렸다"라며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건데 안심하고 해도 되겠다는 느낌이 시나리오에서부터 있었다. 그날 읽고 2시간 반 만에 연락해 하겠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권 감독은 "(강)말금 배우는 제가 대학 졸업 전에 자유연기를 보고 엄청난 위로를 받은 배우라 꼭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단편 끝나고 '다음에 또 보자'라고 했던 말을 지키고 싶었고, 이번 기회가 오자 자연스럽게 연락드렸다"라며 "단편 때도 테이크마다 밀도 높은 연기가 있어서 어떤 걸 써야 할지 고민될 정도였다"라고 강말금에게 시나리오를 건넨 배경을 전했다.


봉태규에 대해서는 "일회는 난해하고 미워야 하는데 미워지지 않는 인물이다. 봉태규 배우가 설득력을 가진 가상 캐스팅 1순위였어요. '어느 날 아들이 새우가 됐다' 단편에서 함께한 뒤, 이건 놓치면 안 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라면서 캐스팅에 만족감을 보였다.


봉태규는 "일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며 메이크업을 배제하고 주근깨를 추가하는 등 외적으로도 힘 빠진 인물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심플하게 접근했다”며 신마다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강말금은 연기 주안점에 대해 "선영은 다음 수를 읽는 논리적인 인물"이라며 "후반으로 갈수록 든 생각은, 이 사람이 '나는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래서 아버지도 동생도 필요 없다고 느꼈을 수 있지만, 여러 사건을 겪으며 아무리 미워도 아버지나 내 동생이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을 떠난다면 나도 온전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걸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강말금과 봉태규는 이번 작품에서 남매로 호흡을 맞추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편안함을 바탕으로 연기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강말금은 "(봉)태규가 모니터를 하고 나면 본인이 항상 너무 못생겼다고 한다. '나는 너무 못생겼다, 누나는 예쁘다'라고 말해줘서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닮았다고 하니까 웃음이 난다"라며 "처음 같이 찍기 시작했을 때 봉태규가 먼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뻤다. 동시에 나에게 태규는 '가족의 탄생', '바람난 가족'의 최고의 배우였다. 나는 그 당시 배우 일을 쉬고 있었고, 최고의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와 함께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걱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태규가 워낙 친화력도 좋고 이야기를 잘 이끌어주고 상대를 편하게 해줘서 금방 풀렸다. 더 가까워진 계기는 장롱 신 이후였다. 둘이 장롱에 앉아 촬영한 회차가 8회차 정도였는데, 찍고 나서 그냥 집에 갈 수 없다고 해서 24시간 하는 술집을 찾아 같이 놀았던 날이 많았다. 그러면서 점점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봉태규는 "(강)말금 누나와는 단편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부터 배우로서 호감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함께하면서 느낀 건 정말 친누나 같다는 점이었다. 내가 캐릭터의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가 많았고, 오랜만에 영화 촬영을 하다 보니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누나가 크게 뭔가를 하기보다는 딱 버티고 있어줬다. 그래서 촬영하는 동안 편하고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권 감독은 "영화가 가진 오락적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부담 없이 만들고 싶었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얹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어떤 자리에서 보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관객이 우선이었다"며 "재밌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12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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