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치인] 김효은 "청년은 사회 '조기 경보기'…정치가 먼저 귀기울여야"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1.23 07:00  수정 2025.11.23 07:16

릴레이인터뷰 네 번째 주자 김효은 대변인

"교육, 법·예산의 언어로 표현코자 정치 결심"

"중우정치 만연…목소리 큰 쪽이 국가 흔들어"

지선 출마 여부엔 "당이 건강하기만 바랄 뿐"

김효은 국민의힘 대변인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청년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계층'으로만 보지 않는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비효율을 가장 먼저 체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조기 경보 장치' 같은 세대다. 정치가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할 대상은 큰 목소리를 가진 기성 정치집단이 아니라, 미완의 상태에서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는 청년들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청년 정치인 모시기에 혈안이다. 매번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든 야당인 국민의힘이든 소수정당이든 선거 때마다 '참신하다'는 형용사를 붙여 청년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 내 청년 정치인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데일리안은 청년 정치 인재풀 채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활약하며 '현실 정치'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 청년 정치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줄임말)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네 번째 순서로 김효은 국민의힘 대변인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경북 영천 시골 출신의 김효은 대변인은 영어 교과 과목 중 비인기 분야인 듣기 수업을 담당했음에도 많은 수강생이 몰렸던 스타 강사 출신의 '청년 정치인'이다. EBSi에서는 '레이나'(강사명)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다. 영남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고, 고려대 대학원 영어교육과 석사과정을 밟았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2개월간 국제 영어교사 양성 프로그램(TESOL) 과정을 수료한 것 외에는 국내에서만 공부한 국내 몇 안 되는 토종 영어 강사 출신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김 대변인을 경기 오산에 전략공천했다. 그 배경으로 "사교육의 도움 없이 독학과 EBS 방송만을 활용해 영어 학습에 있어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선 인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공교육 콘텐츠 개발과 공교육 정상화 등 교육 정책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 험지 중 험지인 오산은 김 대변인에게 버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7대 총선부터 22대 총선까지 모두 진보 진영이 꿰차던 지역인 탓이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낙마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 입문 철학인 '수능 점수에서 끝나는 게 아닌 아이들의 학습 체질 개선과 역량을 키우는 과정 중심의 교육' 정책을 위해 교육부총리 정책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겨 새 경험을 쌓았다.


이후 김 대변인은 장동혁 당대표가 당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하며 본격적 정치 활동을 재개하게 됐다. 김 대변인은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만 5세의 아이 엄마이자, '줄 서기'가 만연한 정치권에서 자신이 쌓아온 교육 철학과 역량으로 미래세대에 제시할 정책을 제안하고자 당에 직접 이력서를 낸 청년 정치인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에 선 인물이다. 그가 바라보는 청년의 현 주소와 정치권을 향한 제언을 들어봤다.


김효은 국민의힘 대변인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음은 김효은 국민의힘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청년.' 익숙하면서도 추상적인 명사다. 김효은 대변인이 생각하는 청년이란 무엇인가.


"드라마 '미생'의 제목처럼 청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실패한 것도 아닌, 언제든 '완생'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매일 부족함과 싸우면서도 '그래도 한 번 더 해보자'라며 마음을 추스르는 사람들이다.


십 수년 간 영어 강의를 하며 수많은 제자들을 만났는데 공통점이 있더라. 스펙도, 노력도, 열정도 부족하지 않은데 늘 '아직'이라는 단어와 함께 살아간다. '아직 내 집이 없고' '아직 미래가 불투명하고' '아직 부모님께 충분히 효도'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자 애쓰는 존재가 청년이라고 느꼈다.


그렇기에 청년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계층'으로 보지 않는다. 청년은 한국 사회의 불공정과 비효율을 가장 먼저 체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우리 사회의 '조기 경보 장치' 같은 세대다. 정치가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할 대상은 큰 목소리를 가진 기성 정치집단이 아니라, 미완성의 상태에서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는 청년들이다."


교육자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치를 결심한 계기는.


"나는 사교육의 도움 없이 공교육과 EBS 방송만으로 공부해 영어를 전공하고, 다시 EBS 영어 강사가 됐다. 이 때문에 '기회의 사다리를 지키는 교육'이 내 평생의 소명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강의를 오래 할수록 우리 교육, 특히 수능 영어가 학생들을 제대로 준비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커졌다.


수능 영어 1등급을 받고도 대학에 가면 한 문장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학생들, 시험은 잘 보는데 실제로는 이메일 하나, 회의 한 번, 프레젠테이션(발표) 한 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입시 영어는 여전히 실용적이라기보다 시험을 치르기 위한 기술에 치우쳐 있고, 시대에 맞는 변화보다 정답을 맞추기 위한 암기와 유형 학습에 머물러 있다.


AI(인공지능) 시대에는 창의력·비판적 사고·문해력·협업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되어야 하는데 정작 가장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에 '학교에서는 쉬고 학원에서 공부한다'는 현실을 보며 내 스스로 교육자이면서 깊은 염증과 미안함을 느꼈다. 기존 교육학자들의 지적처럼, 지금의 한국 교육은 대학 입학이라는 관문을 통과시키는 데는 익숙하지만, 대학에 들어간 뒤, 사회에 나갔을 때 필요한 기본기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학원과 과외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아이들의 재능과 시간이 암기와 문제풀이에만 소진되는 모습을 현장에서 매일 확인했다. 지금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지금 이 문제가 훨씬 더 절실히 다가왔다. 예컨대 '우리 아이가 살아갈 시대의 교육은 지금과 같아도 되는가' '내가 강의실에서 바꾸지 못한 구조를 그냥 보고만 있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교육자로서 양심에 찔리고 떳떳하지 못했던 탓인 것 같다. 스스로 자문자답을 끝에 내린 결론은 '강의로 바꿀 수 없는 것을 이제는 정책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교육자 한 사람의 양심과 문제의식을 '제도와 법과 예산의 언어'로 바꾸는 일, 그 일을 하기 위해 정치를 선택했다."


김효은 국민의힘 대변인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입당 후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부족했을 것 같다. 지금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진단하는가. 여야 통틀어 양비론을 펼쳐 달라.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팬덤정치'의 유혹과 '중우정치'의 나락에 깊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우선 팬덤정치의 경우, 정치권이 '내 편 결집'엔 굉장히 민감하지만, 정작 누구의 삶을 바꾸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책임을 전가한다.


여야 모두 청년들의 실상과 멀어진 채 지지층만의 박수와 분노에 의존하는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자기 생각을 피력하는 2030 청년들을 '극우'로 몰고 있다. 언젠간 반드시 부메랑이 돼 돌아 올 것이다. 시간은 앞으로만 흐른다. 지금 내뱉은 말에 회귀는 없다.


다음은 중우정치의 위험성이다. 정책과 원칙보다 나날이 여론조사 수치, 포털의 실시간 반응, 유튜브 조회수, SNS상의 좋아요 숫자, 목소리만 큰 집단의 감정에 따라 국가의 방향이 흔들리는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호응하는 특정 국민이 목소리만 큰 정치인을 띄워준다. 이 상태라면 소수이지만 조용한 다수, 그리고 미래 세대의 목소리는 쉽게 묻힌다.


이런 문제에 있어 야당도 예외는 아니다. 여당과 마찬가지로 분노를 일으키는 데엔 능숙하지만 국가 재정, 청년과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빚,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등에 대해 대안이 있는지 국민이 알기 어렵다.


청년 정치인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이제는 '내 편이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남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숫자와 정책을 내놓는 정치, 그것이 여야 모두가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진단한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교육자로, 현재는 아이를 둔 어머니가 됐다.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지금 우리나라는 대변인이 살아온 삶과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가.


"내가 자라던 시절의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물질적으론 부족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던 사회였다. 사교육 없이 공교육에 치우쳐 공부했고, 결국 그 무대를 통해 소위 '스타'라고 불리는 영어 강사가 될 수 있었고, 지금 눈앞의 삶은 훨씬 풍요로워졌다.


그런데 내 아이 세대가 살아갈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면 희망의 속도보다 불안의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저출생, 국민연금, 국가채무 같은 거대한 숫자들 속에서 우리가 낸 세금보다 더 많은 부담을 우리 아이들이 떠안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 정치와 미디어의 갈라치기로 인해 정의롭고 믿을 수 있는 어른 세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현실, 전광석화처럼 변화하는 AI·디지털 교육 시스템 등 과연 아이들이 미래 일자리와 삶을 준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 등이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가난해서 힘들던 시대'보다 무서운 것은 '불안해서 아이를 못 낳고, 안 낳는 시대'다. 내 자녀가 부모로부터 태어난 걸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 국가, 스스로의 노력과 재능이 공정하게 평가 받는 국가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엄마이자 정치인으로서 내가 마지막까지 놓지 않아야 할 목표다."


김효은 국민의힘 대변인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효은 대변인의 우려대로 최근 정부와 청년을 엮었을 때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는 '주거 사다리'다.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나 공급책이 청년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전망하나.


"청년에게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인생 설계의 출발점'이다. 평생 전·월세로 떠도는 삶을 살 것인지, 내집마련을 기반으로 결혼·출산·역량이 설계 되는 차이가 상당해서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공급 정책이 청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예측 가능한 정책은 사다리가 되고, 예측 불가능하고 오락가락한 정책은 사다리를 걷어차는 폭력이 된다.'


청년들은 이미 경험했고 여전히 경험하고 있다. 임대차 제도나 세제가 한 번 잘못 설계되면 집값보다 먼저 전·월세가 폭등하고, 그 부담이 그대로 청년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말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전세(매물이) 부족해서 그런 딸에게'라고. 본인들도 부동산 규제책이 불러올 파장을 체감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정부가 만약 주택 공급이 가능하더라도 직장이 있는 곳과 동떨어진 베드타운식 공급, 교통·육아 인프라가 없는 공급은 서류상의 공급일 뿐, 현실의 사다리가 될 수 없다. 지극한 상식 아니겠나.


제안한다. 청년 주거 사다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3가지다. ①예측 가능한 규제 ②세금·대출·임대차 제도의 룰을 손바닥 뒤집듯 하지 않을 것 ③가능하다면 도심·역세권 중심의 꾸준한 공급(다만 일자리와 분리된 공급의 지양 및 청년 맞춤형 금융·공공임대 확대(소득 수준에 맞는 '첫 계단'을 촘촘하게 깔 것) 등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철학이 180도씩 뒤집히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지난 문재인정권처럼 정부가 임기 중 변화무쌍한 28번의 부동산 정책을 펼친다면, 가장 먼저 다치는 사람은 이미 집을 가진 기득권이 아니라 이제 막 사회에 나온 무주택 청년들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 문장의 영어로 표현하자면.


"'Korean politics today is like a never-ending group project where the loudest people fight, the quiet ones pay, and the grade goes to the next generation.'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시끄러운 사람들만 싸우고, 말 없는 사람들은 비용을 부담하며, 최종 성적표는 다음 세대에게 넘어가는 끝나지 않는 조별 과제와 같다'는 뜻이다.


이 문장에는 서로를 향한 싸움에 갇힌 정치를 넘어 이제는 '다음 세대의 성적표를 걱정하는 정치'로 가야 한다는 내 깊은 문제 의식을 담았다."


내년 지방선거 혹은 보궐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있나.


"아직은 없다. 지금 공당의 대변인으로서의 삶도 충분히 과분하다. 출마를 욕심 낼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바라거니와 국민의힘 현 지도부가 오래 건강하게 잘 유지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다음 인터뷰이(interviewee)를 지목해달라.


"배지환 수원시의원이다. 정치는 지방정치에서부터 성장을 해 중앙정치로 올라올 때 우리 가장 건강하고 오래가는 탄탄한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서도 오랫동안 보좌진 및 당직의 경험을 쌓은 만큼, 정치에 대한 지식과 지혜가 탄탄하다. 앞서 당 혁신위원회에서 제시되지 못한 배지환 의원의 혁신안과 아이디어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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