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없는데 더 싸다"…은행 신용대출 경쟁, 건전성 발목 잡나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1.13 07:26  수정 2025.11.13 07:26

기업 신용대출 금리, 주담대 수준 낮아져

연체율은 7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의 기업대출 경쟁이 심화하면서 일부 기업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 수준까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이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금리까지 인하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기업대출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어 건전성 우려가 나온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올 3분기 기준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88%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5.11%보다 0.23%포인트(p) 낮아진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평균금리가 5%대 후반인 것과 비교하면 1%p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4.12%로 두 금리 간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통상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리스크가 커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게 책정된다.


중소기업 신용대출의 금리가 낮아진 배경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은행 간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가계대출 시장이 정부 규제로 성장이 정체되자, 은행들은 기업금융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았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으로 자금을 유도한 정책 방향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감수하며 금리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기업대출 건전성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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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말 기준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42%로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로 2017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한계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리스크 관리를 뒷전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신용대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체 신용대출 증가세 자체는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를 총량 관리 차원에서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전체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하거나 건전성에 위협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0월 가계대출이 늘었으나, 일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월 4조원에서 10월 1조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라며 "신용대출은 9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10월 1조원 정도 늘어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빚투' 열기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현재의 금리 경쟁이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져 은행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특히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중소기업 연체율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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