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저녁 모임서 한동훈 등 일부 정치인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해"
변호인단 "곽 전 사령관 진술, 그간 일관성 부족하고 자주 바뀌어 와"
헌재 尹 탄핵심판 과정서도 郭 진술 달라진단 지적 나오기도
법조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겠지만 간접적 영향 불가피할 듯"
곽종근 전 육군 특전사사령관 ⓒ서울중앙지방법원 유튜브 갈무리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 종료 직후 이뤄진 저녁 모임 중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일부 정치인을 쏴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증언을 내놓은 이후 파문이 커지고 있다.
곽 전 사령관이 이런 증언을 내놓은 이유와 향후 재판부에서 곽 전 사령관이 내놓은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할지를 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전날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등 혐의 27차 공판에서는 지난 공판에 이어 곽 전 사령관의 증인신문이 계속됐다.
전날 곽 전 사령관의 '돌발 증언'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 종료 후 대통령 관저에서 이뤄진 저녁 모임을 둘러싼 윤 전 대통령과의 공방 과정에서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 종료 후 대통령 관저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 이진우 당시 수도방위사령관,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곽 전 사령관을 불러 저녁 모임을 가졌다.
앞서 곽 전 사령관은 지난달 30일 재판에 출석해 당시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과는 직접적으로 연계 지어서 설명하지 않았다면서도 "'비상대권', '특별한 방법'을 자꾸 언급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전날 반대신문에서 모임 당시 참석자들이 과음한 상황이었던 만큼 곽 전 사령관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에 나섰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을 '당신'이라 호칭하면서 "한동훈과 일부 정치인을 호명하면서 당신(윤 전 대통령)한테 잡아 오라고 했다"며 "당신(윤 전 대통령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즉각 곽 전 사령관 증언에 대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진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오히려 변호인들이 직접 물어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수차례 '한동훈을 내가 왜 체포하거나 잡아 오라고 하겠느냐, 그게 말이 되느냐'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은 그간 일관성이 부족하고 발언이 자주 바뀌어 왔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윤갑근 변호사는 재판 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결국은 통화 내역이나 여러 가지 자기 진술이 신빙성이 부인되고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면피성으로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백번 양보해서 그런 얘기가 있었다고 해도 곽 전 사령관이 말했듯이 시국의 애로사항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푸념처럼 얘기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 당시에도 진술이 달라진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특히 계엄군의 국회 진입 과정과 관련해선 '끄집어내라'라는 지시를 윤 전 대통령에게서 직접 들었으며 그 대상은 '인원'이었고, 이는 국회의원으로 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이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이라는 말을 직접 들은 것은 아니라고 답한 전례가 있다.
이와 함께 국회에 나와 여러 번 진술하는 과정에서 통화 시점, 횟수, 구체적 지시에 관한 진술이 조금씩 바뀌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전날 곽 전 사령관이 돌발적인 증언을 내놓은 것을 놓고 윤 전 대통령과 직접 공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의 감정적인 동요가 주된 원인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증언들과는 다르게 판단의 여지만 열리게 할 뿐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률가 관점에서 바라보면 수사기관 등에서 나오지 않던 이야기가 재판에서 증언으로 갑자기 튀어나오게 되면 그 자체에 대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이번 재판의 경우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규명하는 것이 가장 큰 쟁점인데 그 불법성에 대한 심증이나 예단을 강화하는 정도의 간접적 영향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1968년 충남 금산에서 태어난 곽 전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47기 출신으로 1991년 육군 보병 소위로 임관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 작전부장과 17사단장, 지상작전사령부 작전처장, 한미연합사령부 지구사 작전처장 등 다양한 군의 작전 분야의 핵심 요직을 거쳐 군 내부에서도 대표적인 '작전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2023년 11월 중장 진급과 함께 특수전사령관직을 수행했다.
그러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지난 1월 보직해임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서울중앙지방법원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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