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시진핑 첫 대면…직접 자리 안내
알파벳 역순 입장인데…'마지막 등장' 논란
대통령실 "외교부에 자세한 상황 알아볼 것"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 만난 가운데 시 주석의 늦은 도착을 두고 '의도된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한 중인 시 주석이 머무르는 경주 코오롱 호텔은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가까운 거리고, APEC 행사 등을 이유로 삼엄한 교통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경주 화백컨벤션센터 1층 회의장 입구. 이 대통령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시작으로 베트남·미국·대만·싱가포르 대표 등 각국 정상들을 차례로 맞았다. 입장은 알파벳 역순으로 진행됐다.
시 주석은 원래 끝에서 다섯 번째 순서, 홍콩과 칠레 대표 사이에 입장해야 했다. 그러나 홍콩의 존 리 행정장관 다음으로는 시 주석이 아닌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마지막 영접 인사인 아랍에미리트(UAE) 칼리드 왕세자까지 회의장에 들어간 뒤에도 시 주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예정된 시각보다 늦게 등장한 시 주석은 오전 10시 2분께 행사장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시 주석은 "안녕하십니까"라고 화답했다. 이후 이 대통령의 환영 인사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현장 영상에는 중국 측 통역이 이 대통령에게 "황남빵 맛있습니다"라는 시 주석의 말을 전하는 듯한 장면도 포착됐다. 이 대통령은 웃으며 시 주석을 자리로 안내했다.
정상들의 다자회의 지각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날 시 주석의 늦은 도착을 두고 의도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 주석 숙소인 코오롱호텔은 행사장에서 불과 6㎞ 거리로, 경주시내 전역이 APEC 행사를 이유로 교통 통제 중이었다. 더욱이 중국은 차기 APEC 정상회의 의장직을 인계받기도 하는 만큼 그의 지각은 더욱 도드라져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행사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국제 기구 행사에서 각국 정상들의 의전 시간은 수십 번의 논의를 거쳐 맞추고 있다"며 "지각이 의도적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전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모토 아래 민생문제 해결에 대한 주제가 하나 채택될 것"이라며 "민생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실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의제 협의는 봤다"고 밝혔다.
시 주석 지각 논란과 관련해서 강 대변인은 "시 주석이 우리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건 외교부를 통해 자세한 상황을 알아봐야 한다고 해 의뢰해 놨다"고 답했다.
한편 외교가에서는 내달 1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기선 제압용 퍼포먼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공감한 직후, 중국 외교부는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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