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 제대로 털었다... HBM 올라탄 삼성, SK 독주 균열 예고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10.30 12:20  수정 2025.10.30 12:20

3분기 영업익 12.2조 가운데 반도체 부문만 7조

엔비디아에 HBM3E 공급 공식화, HBM4부턴 확대

삼성전자 5세대 HBM 제품인 HBM3E.ⓒ삼성전자

삼성전자가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을 공식화하면서 그간 SK하이닉스가 독주하던 HBM 궤도에 본격적으로 올라탔다. 특히 내년도 생산 물량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더 개선될 실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86조617억원, 영업이익 12조1661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8%, 32.5% 증가했다. 매출은 사상 최초로 8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2분기(10조4400억원) 이후 5분기 만이다.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적 반등의 핵심은 반도체(DS)부문이다. 3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은 33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조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익의 경우 직전 2분기 4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7배 이상 수익이 높아졌다.


이는 메모리 가격 반등과 주요 고객사 대상 HBM3E·DDR5·서버 SSD 공급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지난 2분기 비용 요인이 해소되며 수익성도 회복됐다.


특히 그간 고전을 면치못했던 HBM의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HBM3E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전원에 양산 공급 중이며, HBM4는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 출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업계 최초로 HBM3E 12단을 개발한 후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해왔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경우 품질 테스트를 넘지 못해 공급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보다 후순위로 엔비디아 합류하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는 그간 수율 이슈로 밀리던 HBM 경쟁력 회복과 공급망 안정화를 확인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내년에는 HBM4 양산·공급 확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HBM4에 1c(6세대 10나노급)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 적용한 만큼, 성능·효율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동시에 고수익 D램 제품의 수요 증가도 실적 견인에 힘을 보탰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AI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하드웨어 투자가 계속 확대될 것이고, AI 관련 서버향 수요는 지속 증가해 업계 공급량을 크게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메모리에서는 그간 줄곧 조단위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가 첨단공정 중심으로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고, 시스템LSI는 프리미엄 SoC 공급을 유지하며 적자 폭을 줄였다. 파운드리의 경우 내년 HBM4용 베이스다이 양산과 더불어 미국 테일러 신규 팹 가동이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AI 확산에 대응해 HBM3E·서버 DDR5 판매 확대에 집중한다. 파운드리는 2나노 공정 양산을 본격화하고, 원가 개선과 가동률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고성능 AI 대응을 위해 ▲DDR5 ▲LPDDR5X ▲GDDR7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군 비중도 늘린다. 낸드에서는 서버용 고용량 SSD와 QLC 제품 판매를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 구조가 고성능·고대역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HBM4와 차세대 메모리 라인업, 그리고 파운드리 첨단 공정 경쟁력을 통해 반도체 사업의 체질 개선을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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