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3500억 달러 투자 분수령...韓 경제 운명의 슈퍼위크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10.27 17:18  수정 2025.10.27 17:19

29~30일 APEC 개최...한미 관세협상 가능성

美 “타결 가깝다” VS 韓 “걸림돌 여전”

장기간 교착화 상태...외환시장 변동성 커져

고환율·물가 상승 유발…관세 협상 관건

APEC CEO 서밋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 앞에 행사 로고가 보이고 있다.ⓒ뉴시스

한국이 한미 통상협상의 분수령이 될 수퍼위크에 돌입했다.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가 오는 29일 개최되는 가운데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한미 간 갈등 해소의 핵심조건인 3500억 달러(한화 약 50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최대 리스크로 남아있다.


APEC 정상회의가 29~30일 경주에서 개최된다. 이번 APEC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한국과 통상협의를 이어간다. 관건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한국산 제품에 적용하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대미 수출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 관세 역시 15%로 하향 조정하는 등 큰틀에서 무역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은 ‘디테일’한 부분을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조달방식에서 견해차가 발생하면서다. 미국은 3500억 달러 ‘전액 현금 선불 투자’를 요구한 반면, 한국은 ‘분납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3500억 달러 전액 선불 지급을 현실화하기 어려운 만큼,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 규모를 낮추고, 8~10년 이상 분할 납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투자규모를 2000억 달러로 낮출 시 향후 8년간 250억 달러씩 현금 투자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확실한 한미 통상협상이 3개월째 지속되면서 외환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월 큰틀에서의 협상이 이뤄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선불(up front)’ 발언을 하자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까지 올랐다.


또 한미 통상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0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8월 말 이후 환율 상승에 대해 미·중 갈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일본 확장재정에 따른 엔화 약세,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등을 원인으로 짚었다.


실제로 미국과 주요국 간의 무역협상 결과는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8월호를 통해 “미국과 주요국 간 무역협상이 타결되면서 금융시장은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7월 중 미국과 주요국 간 무역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원·달러 환율과 종합주가지수가 각각 2.7%, 5.7% 상승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율 상승이 곧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고환율은 물가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KDI는 ‘최근의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최근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와 무역분쟁 심화는 여타 국가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변화시킴으로써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 및 경제 불안 등의 국내 요인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여타 국가 통화 대비 원화 환율도 상승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달러화 요인으로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그 영향이 단기에 그칠 수 있음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반면, 환율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국내 요인의 영향이 확대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향후 환율 추이와 변동 배경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거시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APEC을 기점으로 막판 관세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아시아 순방 첫 방문지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타결에 매우 가깝다. 그들이 준비됐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향후 한미 통상 환경 판도에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이 타결되면 외환시장과 통상 환경의 안정성을 확보하겠지만,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 외환시장 등 한국 경제 전반의 불안정 역시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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