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의 HD현대...실무형 리더십으로 혁신·승계 ‘투트랙 가동’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0.17 14:14  수정 2025.10.1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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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기계·에너지 체질 개선에 AI·친환경 기술 결합

‘통합 시너지형’ 경영체제 본격화...지분상속 과제도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5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MADEX2025'리셉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HD현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오너 3세 경영 시대’의 공식적인 개막을 알렸다. 정 회장은 조선·기계·에너지 등 전통 주력 사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인공지능(AI)과 친환경 기술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 축을 세우며 그룹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분 상속을 통한 안정적 지배구조 완성이라는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


‘오너 3세’ 체제...세대교체 넘어 구조 재편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HD현대그룹의 사장단 인사로 정 회장이 직접 지휘하는 ‘통합 시너지형 경영 체제’의 윤곽이 구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의 오랜 수장이던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고 핵심 계열사 대표진도 대폭 교체됐다.


정 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를 거쳐 2021년에는 지주사 HD현대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동안 그룹의 주요 현안을 직접 챙겨온 그는 이번 승진으로 의사결정 체계를 총괄하게 됐다.


정 회장은 지난 2016년 설립된 HD현대마린솔루션을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당시 그는 단순 기자재 중심의 사업 구조를 서비스·솔루션 중심으로 전환해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결정해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축으로 편입시켰고, 지난해에는 HD현대마린엔진을 출범시켜 중소형 선박 엔진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AI·친환경 기술 중심 ‘미래 성장축’ 세워


그의 경영 철학은 ‘현장 중심의 실무형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단기 실적보다는 기술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AI·디지털 혁신·친환경 기술을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설정했다. 최근에는 그룹 전반의 생산성 혁신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며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선 HD현대는 2030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 추진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FOS) 구축에도 속도를 내는 등 차세대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에너지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으로, AI·에너지·조선이 연결된 ‘친환경 산업 생태계’ 조성이 정 회장의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글로벌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 산업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첨단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조선업 재건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논의했으며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공식 면담도 진행했다. 또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을 만나 SMR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조직문화 혁신도 그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또 다른 축이다. 정 회장은 ‘일하고 싶은 회사, 꿈을 펼칠 수 있는 회사’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임직원 복지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초등 입학 전 자녀를 둔 직원에게 3년간 1인당 18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를 신설했고 그룹 어린이집 ‘드림보트’를 직접 챙겨 운영하는 등 세대별 맞춤 복지를 확대했다.


정기선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지난 4월 30일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왼쪽 두 번째)과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HD현대중공업
지배구조 완성 과제...상속세 재원 마련 주목


이번 인사를 통해 정 회장은 지주사와 중간지주사, 주요 사업회사를 아우르는 통합 체제를 완성하게 됐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세대교체와 조직 재편이 동시에 이뤄진 셈이다. 그룹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묶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지주사 HD현대에 대한 지분 확대는 정 회장에게 남은 과제다. 현재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6.12%로, 그는 지주사 체제가 출범한 2018년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서는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이 보유한 26.6% 지분 승계가 관건으로 꼽힌다. HD한국조선해양이 HD현대에 지급하는 배당금 등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기선 회장은 산업의 변곡점에서 그룹의 구조를 새롭게 짜고 있는 실무형 리더”라며 “조선·기계·에너지 등 전통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AI와 친환경 전환을 결합해 HD현대를 지속 가능한 기술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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