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이 오히려 플랫폼의 영향력을 키우고 시장 질서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특히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1인분 주문 서비스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배달의민족의 ‘최혜대우’ 정책과 ‘로드러너’ 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쿠팡(쿠팡이츠)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와 수수료 문제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배달앱 시장을 과점하면서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가 됐지만 행태가 좀 부도덕하고 준법의식이 부재하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 그릇하고 1인분 서비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겉으로는 소액주문 할인과 소비자 혜택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자영업자에게 20% 이상 할인을 강제하면서 부담을 떠넘겼다"며 "일부 상담원이 업주들에게 메뉴 가격을 아예 20% 올린 뒤에 20% 할인하라고 유도한 녹취가 3건이나 있다. 쿠팡이츠는 수수료는 할인 전 금액으로 부과했는데, 이는 소비자를 지만하고 속이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플랫폼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악용해서 입점업체를 차별하고 점유율과 이익 수거에만 몰두했다"며 "그 피해가 지금 고스란히 소상공인, 자영업자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는 "명확하게 확인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도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우아한형제들이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송시스템 ‘로드러너’를 도입하는 이유를 집중 질의했다.
로드러너는 배달의민족이 새로 도입하려는 라이더 전용앱이다. 기존 앱은 라이더가 수시로 들어오는 배달을 수행하는 반면, 로드러너는 사전에 정한 시간에만 배달을 수행할 수 있고 일정을 지키지 않으면 페널티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한 의원은 “배달앱의 핵심은 정확한 지도와 거래 정산인데 여기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또 거리 제한을 둬 거리 밖 가게는 아예 사라지는데, 이는 배달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 가게 문 닫는 것과 똑같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후진적인 로드러너를 강제로 도입하는 이유는 딜리버리히어에 로열티 1년에 약 1000억원 정도를 보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공정위가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이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로드러너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서비스"라며 "우아한형제들의 기술자들과 함께 피드백을 수용해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배달의민족의 최혜대우 논란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최혜대우는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입점업체에게 상품 가격 등 거래조건을 다른 플랫폼과 같거나 더 유리하게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최혜대우 논란이 사실이냐”라는 질문에 김범석 대표는 “일부 실수가 있었던 것 같으나 회사의 공식 정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재해 문제도 지적됐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선소보다 산재율이 높은 곳이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이라면서 "올해 7월 일방적으로 라이더의 배차 수락 시간을 60초에서 40초로 바꿨다"며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배달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자동 취소가 됐지만, 이제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아예 거절한 것으로 처리돼 불이익이 증가한다"며 "결국 라이더들에게 운행 중 휴대폰을 보게끔 강요하고, 목숨을 걸고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우아한청년들은 2021년 공정위 시정 조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더와 표준 계약서를 여전히 작성하지 않고 있다"며 "산재를 유발하는 일방적인 약관 적용만 있을 뿐"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정부가 상생협의체를 중심으로 추진한 자율규제 정책이 되레 플랫폼사의 불공정 행위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강일 의원은 “자영업자 반발에 정부가 상생협의체를 구성했지만 결과적으로 플랫폼 수수료만 높아졌다”며 “협의 전 6.8%였던 수수료가 합의 후 7.8%로 인상됐고, 배달료도 500원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그는 “음식값의 3분의 1이 수수료가 되면 자영업자는 버틸 수 없다”며 “수수료 문제는 단순한 비용 이슈가 아니라 시장 질서를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배달 앱 시장이 자영업자, 라이더, 배달 앱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철저히 감시하도록 하겠다"며 “수수료·광고비 인상률 제한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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