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안 해? 그러면 돈을 더 내야지 [기후 침공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10.11 07:00  수정 2025.10.11 07:00

기후위기에 주요국 친환경 의무 강화

EU·호주··캐나다·미국 등 선진국 중심

탄소세·기후세 등 친환경 아니면 과세

“韓 기업, 탄소 경영 전략 모색 필요”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한때 ‘친환경이 돈이 되나’라는 말이 유행(?)했다. 모든 가치가 경제, 즉 ‘돈’에 집중되던 시기 일이다. 일부 환경론자들이 ‘지구 온난화’라는 말과 함께 기후위기를 경고할 때 반대 측에서 쉽게 내던지 게 바로 ‘돈이 안 된다’라는 말이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친환경은 돈이 안 된다는 사실도 달라졌다. 정확히는 친환경 자체가 돈이 된다기보다, 친환경을 선택하지 않으면 경제적 불이익이 따르는 시대가 됐다.


대표적 사례가 유럽연합(EU)의 ‘탄소세’다. EU 탄소세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말한다. CBAM은 EU 외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할 때 탄소 함유량에 따라 탄소 가격(탄소세)을 부과하는 제도다. EU보다 상대적으로 환경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만든 제품에 일종의 ‘환경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2023년부터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수소 등 6개 분야에 시범 적용 중이다. 최근에는 유기화학물질과 플라스틱, 암모니아 등에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시범 운영이 끝나는 2030년부터는 적용 대상을 산업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U는 2023년 10월부터 6개 분야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으로부터 탄소배출량을 보고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이들 제품이 EU 내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으면 돈을 내고 ‘탄소배출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탄소를 더 많이 발생한 만큼 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EU가 탄소세를 도입하자 영국과 호주, 미국 등도 유사한 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10월 CBAM 도입을 확정했다. 2027년 1월부터 수소,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에 탄소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호주는 지난 2016년부터 연간 10만t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설을 대상으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한도를 적용하는 ‘세이프가드 메커니즘’을 시행 중이다. 2023년 7월에는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강화, 배출량 기준을 이행하지 못하는 시설은 다른 시설로부터 크레딧을 구매하거나 ‘호주 탄소 크레딧 유닛’을 구매하도록 했다.


호주는 이와 함께 CBAM 도입도 추진 중이다. EU가 CBMA을 도입하면 자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직 최종 의견을 모으지 못했지만, 세계적 흐름에 따라 머지않아 제도 도입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캐나다는 지난 2016년 12월 국가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2018년까지 모든 주(州)와 준주(準州)에 탄소세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범캐나다 녹색성장 및 기후변화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는 2019년부터 탄소세를 걷고 있다. 캐나다는 호주와 마찬가지로 자국 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CBAM 도입도 검토 중이다.


미국은 미국형 탄소세로 불리는 청정경쟁법(CCA, Clean Competition Act)을 확대 중이다. CCA는 수입국 탄소배출량이 미국 내 산업 평균보다 높으면 수입 품목에 탄소배출 비용 부과하는 내용이다.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 등 12개 탄소집약적 원자재에 t당 5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한다. 2027년부터는 완제품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게 직접 환경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세계 각국 주요 관광지들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기후 세금’을 도입 중이다.


대표 사례는 미국 하와이다. 하와이는 지난 5월 기후위기를 이유로 ‘관광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린 피(green fee)’ 또는 기후세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기존 숙박세에 0.75%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내년부터 시행한다.


그리스도 지난해 기존 숙박세를 ‘기후 위기 회복세’로 변경, 숙박 시설 등급과 시기에 따라 1박에 0.5유로에서 10유로까지 세금을 부과한다. 인기 관광지인 미코노스·산토리니 등에서는 성수기 기준 최대 20유로까지 부과한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발리의 ‘환경 기금’과 몰디브 ‘그린 택스’, 뉴질랜드는 ‘관광세’ 등 세계적인 관광지에서는 이미 환경을 이유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이런 세금을 관광에 따른 환경 피해 복구와 생태계 복원 등에 사용한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세계 주요국들이 친환경에 대한 압박을 키우게 만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피할 방법이 없다.


한국무역협회는 “주요국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향후 저탄소 배출 상품으로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 기업은 탄소 중립 경영과 저탄소 공급망 재편 등 장기적 탄소 경영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틀렸다. 지구는 앓고 있다 [기후 침공④]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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