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세대의 벽 허물며…핑거, 그림책으로 어루만지는 마음 [출판사 인사이드⑨]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0.09 09:40  수정 2025.10.09 09:40

그림책 전문 출판사 핑거

“그림책이 가진 편안함 등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창작물로도 인식돼 가”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핑거

◆ 마음과 세상을 담는 핑거의 그림책


출판사 핑거는 그림책 전문 출판사로, 2019년 첫 그림책 ‘불안’을 시작으로 ‘다양한’ 그림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20년 넘게 활동 중인 그림책 작가인 조미자 대표가 설립했다. 2025 볼로냐 라가치 오페라 프리마 대상을 수상한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을 비롯해 그림책의 ‘다채로운’ 매력을 전달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그림책 분야를 출판사의 정체성으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동시에 그림책의 매력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 조 대표는 “여러 장의 그림과 글이 흐름을 이뤄 만들어내는 그림책은, 한 편의 시, 소설, 영화, 연극, 음악, 회화 작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다양함, 신비함을 핑거의 스타일로 전달하고 싶다”고 그림책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불안’이라는 일상 속 감정을 마주하는 아이의 여정을 담은 핑거의 첫 책 ‘불안’을 시작으로 방황하고, 깨지며 자라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크랙’, 나무, 구름, 새, 바람을 통해 슬픔을 내려놓는 아이의 과정을 담은 ‘슬픔에 빠진 나를 위해 똑똑똑’ 등 조 대표는 ‘내면의 감정’을 다룬 그림책을 통해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수수바’라는 아이의 일상 속 상상과 놀이, 자연적 교감을 담아내고 있는 ‘나의 수수바’ 시리즈를 비롯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의 경이로움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하는 ‘꼬리치레 도돌이의 봄봄’ 등 지금 필요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그림책의 장점도 실현 중이다.


마음을 어루만지고, 또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반영하는 일은 곧 핑거가 추구하는 그림책의 방향성이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나의 감정은, 마음속에 사는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려움의 상황에서 마주치는 그런 어려운 ‘나’와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이라고 ‘불안’, ‘슬픔에 빠진 나를 위해 똑똑똑’ 등을 설명한 조 대표는, “감정 그림책은 어린이 독자, 성인 독자 모두에게 공감을 주기도 한다. 마음속의 모습들은 세상의 모습을 닮아있고, 서로를 비추며 마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핑거는 마음을 그리는 작업과, 세상의 이야기를 담담하듯 즐겁고 아름답게 보여주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출판사의 목표를 설명했다.


◆ 형식, 세대, 국경 넘어 핑거가 확대할 그림책의 장점


핑거는 올해 초 진주 작가와 가희 사진작가의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이 아동도서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볼로냐 라가치상의 신인상 ‘오페라 프리마’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작은 출판사에서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로, 조 대표는 “작은 출판사에게는 큰 힘이 돼 준 소식”이라고 그 의미를 언급했다.



ⓒ핑거

실사 사진으로 이뤄진 색다른 그림책으로, 이를 통해 그림책의 매력을 전할 수 있어 만족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책을 출간할 때 망설임이나 걱정은 없었던 것 같다”며 “그 안에는 유년 시절의 빛나는 시간이 담겨 있었다. 오히려 사진 속 아이들의 생생한 표정과, 시골집, 자연 풍경 등이 그대로 좋았다. 마치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본 듯, 마음의 여운과 따뜻함이, 아날로그 필름 사진을 통해 전달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림책이라고 하면, 그림과 글이 있는 형식만을 떠올리지만 그림책에서는 많은 실험적인, 창의적인 구성들이 보일 때가 많다. 그만큼 그림책의 형식은 다양하고 또 넓다. 새로움을 시도할 때의 두려움과 걱정은 작품이 가진 진심을 발견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수상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용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핑거에서 출간 중인 ‘나의 수수바’ 시리즈 6번째 이야기 ‘수수바와 아기 참새’는 물론, 여름이 시작되기 바로 전, 그 시간을 긴장감 있게 그린 그림책을 비롯해 세상을 향해 용기 있는 모험을 하는 귀여운 도토리의 이야기를 그린 ‘도토리군은 다 계획이 있구나’ 등 앞으로도 부지런히 새로운 그림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처럼, 전형적인 그림책에서 벗어난 시도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조 대표는 “강한 회화성을 가지고 자연과 삶을 담은 작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4컷 만화 형태의 그림 구성을 지닌, 재밌는 그림책도 기획하고 있다. 그림책의 판형과 이야기의 전개에 대한 다양한 형식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 세대가 책, 독서에 보내는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나간다. 도서전, 북페어 등에 참가하며 현장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다는 조 대표는 “특히나 올해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달라지는 분위기에, 놀라움과 새로움, 당황함도 느꼈다”면서 “독서인구의 감소와 함께, 독서 장르의 초점이 개개인의 적극적인 취향으로 다양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가족 단위가 줄어든 모습이 보이고, 행사장의 주를 이루는 20, 30대 젊은 독자는, 장르에 구속되지 않는 구매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핑거의 그림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도 보는 넓은 공감을 추구하고 있다. 그림책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다. 그 중심의 힘을 잃지 않고, 아이에게 한정되는 장르라는 인식이 점차 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아이들의 감소가 그림책 시장에 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림책에 담긴 정서와 장르의 힘을, 좀 더 다양한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림책의 향기를 남길 수 있는 소품을 제작하고, 그림책 그림을 이용한 포스터나, 굿즈 제작, 다양한 독자와 만나는 북페어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 대표는 “그림책이 가진 편안함, 가까움, 삶의 이야기, 다양한 문학적 예술적 특성 등을 통해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창작물로도 인식되어가고 있다.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다가, 그림책의 매력과 깊이에 빠지는 어른들이 많아지는 이유라 생각한다”고 그림책의 넓어지는 가능성에도 반가움을 표하며 “그림책을 보고, 또 만들다 보면 어른이 된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여러 다양한 그림책 안에 담겨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발견한 그 모습들은 따뜻하며, 위로를 전하며, 가벼운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한다. 그것이 제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매력이라 생각한다”고 그 매력을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