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깎아주는 착한 주유소? 알뜰주유소의 숨은 공식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0.09 08:00  수정 2025.10.09 08:00

알뜰주유소, 유통 단계 축소로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40~60원 저렴

석유공사·농협 직공급 구조, 정유사 마진 줄여 가격 경쟁력 확보

유류세 인하 효과도 가장 빨리 반영돼 소비자 체감 효과 높음

알뜰주유소. ⓒ한국석유관리원

기름값이 치솟는 시대, 운전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디서 조금이라도 더 싸게 넣을 수 있을까”다. 이런 고민의 해법으로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알뜰주유소’다. 실제로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20~40원, 많게는 100원까지 저렴해 소비자 체감 효과가 크다. 차 한 대 분량을 가득 채우면 수천 원이 절약된다. 그렇다면 알뜰주유소는 왜 이렇게 싼 기름을 팔 수 있을까.


알뜰주유소는 2011년 정부가 석유제품 시장의 과점 구조를 완화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당시 정유사 중심의 수직 계열화된 유통 체계가 높은 가격의 원인으로 지적되자, 한국석유공사·도로공사·농협이 참여해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만든 것이다. 고속도로 주유소(ex-OIL), 농협 주유소(NH-OIL)도 모두 알뜰주유소에 해당한다.


가격 경쟁력의 비밀은 구조에 있다. 한국석유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최저가로 입찰한 정유사로부터 1년간 대량으로 공동 구매하면서 기름을 원가에 가깝게 들여온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어들면서 마진을 최소화한다. 사은품 제공을 억제하고 셀프 주유소 비중을 늘려 인건비도 절감했다. 운영비가 줄어든 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것도 알뜰주유소의 특징이다. 실제로 2024년 말 기준 전국 평균보다 약 28원 낮았다.


알뜰주유소 공급과 관리 구조. ⓒ한국석유관리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때 “싼 기름은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역시 정유사에서 나온 동일한 석유 제품을 공급받는다. 여기에 한국석유관리원이 연 6~15회 품질검사를 실시하는 ‘품질관리 협약 제도’가 적용돼 가짜 석유 우려를 줄였다. 협약 위반 시 즉시 해지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철저한 관리망 안에 있다.


알뜰주유소는 전국에 약 1300여 개가 운영 중이다. 소비자들은 도로를 주행하다 ‘알뜰주유소’ 로고를 보거나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Opinet)’ 사이트나 주유소 가격 비교 앱을 통해 가장 가까운 알뜰주유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 주유소 간 가격 차이가 큰 만큼, 꾸준히 이용하면 월 단위, 연 단위로 상당한 유류비 절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알뜰주유소는 분명 반가운 존재다. 하지만 기존 주유소 업계에는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알뜰주유소가 들어서면 인근 주유소들은 가격 경쟁 압박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영세 자영 주유소의 줄도산 우려가 커진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주유소 영업이익률이 1%에도 못 미치는 곳이 절반을 넘는다는 조사도 나왔다.


알뜰주유소는 분명히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 가짜 석유 유통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품질 관리 제도까지 적용돼 오히려 신뢰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영세 주유소들의 줄도산, 시장경제 원칙 훼손 논란 등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알뜰주유소는 소비자 편익과 산업 균형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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