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4 가격 6.3달러, 6년 8개월 만에 반등
하이닉스 10조 영업익 전망, 삼성도 회복세
슈퍼사이클 기대 속 전통 수요 부진 부담
주가 나란히 동반 급등세도 주목
AI(인공지능)시장 확산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끌어올리며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D램 가격이 6년 8개월 만에 6달러를 넘어서는 등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 PC용 DDR4 8Gb(1Gx8)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53% 오른 6.3달러를 기록했다. 해당 제품 가격이 6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8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업계에서는 AI 서버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면서 D램 가격 반등을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AI 수요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제품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대규모 연산을 처리해야 하는 AI 서버에는 기존 대비 훨씬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서버 업체들이 HBM을 비롯한 고사양 메모리를 공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전반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고정거래가격은 메모리 업체와 수요 기업 간 주기적으로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대량 거래 가격을 의미하기에 사실상 현 메모리 업황 분위기를 드러내는 기준이다. 이 같은 흐름은 낸드플래시 시장에도 영향을 주며,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 인상 배경의 가장 큰 요소는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한 공급 부족이다. 글로벌 메모리 3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AI칩에 탑재되는 HBM 생산 캐파를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D램 생산 캐파가 줄었다.
실적 개선 기대감은 주가에도 즉각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9월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29.18% 급등했고,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20.37% 상승했다. 특히 HBM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위축됐지만, D램 가격 상승 사이클, 차세대 HBM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되며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이번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지목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서버 확산에 따른 HBM 수요 급증은 단기적인 가격 상승뿐 아니라 중장기적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세가 3분기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10월 말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메모리 가격 반등세가 매출과 이익에 얼마나 반영됐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SK하이닉스는 HBM 공급 확대에 따른 직접적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가 실적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선점한 뒤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9조2129억원을 기록한 만큼, 3분기의 경우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높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3분기 영업익 10조원을 돌파하고 4분기 역시 최고 분기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DS부문은 3조~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소 전망이 엇갈리지만, 상당수 증권사들은 대략 4조원대 영업이익을 전망치로 앞세우고 있다. 최근 테슬라와 애플 등의 대규모 고객사로부터 비메모리 부문 수주를 따낸 점도 기대치를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IT 수요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은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특히 PC와 스마트폰 등 전통적인 수요처에서의 메모리 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파급력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AI 서버 도입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향후 메모리 수요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수요처가 아직 부진한 상태이고 경기 둔화나 관세 변수 등도 남아있다. 호황이라고 단언하긴 어려우나 AI 서버가 불러온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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