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가 치솟는 라부부, 정품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블라인드 박스 심리와 ‘어글리 큐트’ 매력에 MZ세대 열광
가품 기승 속 정품 확인은 인증코드·스티커·로고가 핵심
팝마트 “전담 법무팀 운영, 위조품 단속 강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라부부(Labubu·拉布布)'다.
2023년 10월, 블랙핑크 리사가 SNS에 라부부 키링 사진을 올린 뒤 이 캐릭터는 ‘복슬복슬한 털’과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하나의 유행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데이비드 베컴, 리한나 등 해외 유명 인사들까지 팬을 자처하면서 라부부는 단숨에 글로벌 인기 캐릭터로 떠올랐다.
홍콩 작가 룽카싱이 2015년 북유럽 신화에서 착안해 디자인한 이 캐릭터는 2019년 공식 상품으로 출시됐다.
“못생겼는데 귀엽다”는 역설적인 매력으로 중국과 동남아에서 먼저 주목 받았고, 최근에는 북미와 유럽에서도 ‘희소템’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라부부 인형을 들고 있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이제는 MZ세대라면 누구나 아는 ‘핫 캐릭터’가 됐다.
이런 대박 성공 탓일까. 올해 상반기 팝마트 매출은 139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하며 급성장을 이뤘다.
‘귀한 몸’ 라부부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MZ템 연구소가 MZ세대의 ‘핫템’으로 떠오른 라부부를 빼놓을 수 없을 터, 기자는 제품 리뷰를 위해 한 달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라부부 구하기에 돌입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팝마트 매장을 직접 찾는 것이었지만, 직장인에게 몇 시간씩 이어지는 대기줄은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평일에는 근무 탓에 시간을 내기 힘들고, 주말에는 매장마다 긴 줄이 이어져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간편한 온라인 구매를 찾아봤지만, 팝마트의 공식 스토어는 이미 매진된 지 오래였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구매도 고민해 봤지만 가수 이영지, 육성재 등 스타들의 짝퉁 피해 소식에 섣불리 구매하기가 망설여졌다.
이에 중고 물품 판매 플랫폼을 통해 리셀러들에게도 문을 두드려봤지만, 정가보다 비싼 리셀가에 끝내 구매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라부부 성수 팝업스토어를 방문할 일이 생겼고, 결국 한 달여 만에 라부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보다 보니 정드네" 라부부의 '어글리 큐트' 매력에 '풍덩'
기자가 구매한 상품은 라부부 하이라이트 시리즈다.
총 2박스를 구매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뽑힐 확률이 낮아 비싼 리셀가를 자랑하는 '시크릿'을 뽑는 꿈에 잠시 부풀어 올랐다. 마치 복권을 구매한 후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기분과 유사했다.
결과는 아쉽게도 ‘시크릿’은 아니었다. 하지만 평소 눈여겨보던 캐릭터인 ‘행운’과 ‘희망’을 얻자, 의외의 만족감이 찾아왔다. 원하는 것을 얻는 짜릿함과 함께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 오는 즐거움이 블라인드 박스 만의 묘미였다.
무엇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랜덤박스)’는 팝마트가 내세우는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피규어를 사는 것이 아니라 ‘뽑기’라는 과정 자체에서 재미와 설렘을 경험한다. 이 같은 심리적 요소가 '확률형 소비'에 익숙한 MZ세대의 소비 습관과 맞물리며 라부부 열풍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단번에 이해가 갔다.
사실 처음 박스를 열었을 때만 해도 ‘정말 귀여운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하루 이틀 마주하다 보니,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과 투박한 외형이 묘하게 귀엽게 느껴졌다.
낯설던 ‘어글리 큐트’의 매력이 서서히 스며들며, 왜 수많은 사람들이 라부부에 빠져드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여느 MZ세대들처럼 라부부를 예쁘게 꾸며도 봤다. 쿠팡, 지그재그 등의 각종 플랫폼에서 라부부 전용 옷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있었고, 기자 또한 이들 업체를 이용해 라부부를 위한 옷을 구매했다.
바캉스 스타일부터 명품 스타일까지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해 라부부를 통해 나만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어 이 또한 즐거운 과정이었다.
라부부 정품 구분법은?
이런 라부부의 리셀(재판매)도 도전해 봤다. '희망'의 리셀을 위해 각종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시세를 확인해 봤다. '행운' 캐릭터는 3만원 후반대에서 4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고, '희망'은 3만 초·중반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기자는 기사를 위한 판매였던 만큼 정품과 유사한 가격으로 당근마켓에서 판매를 진행했고 평균 리셀가보다 낮은 가격에 총 10여건이 넘는 문의가 이어졌다.
가장 많이 들어온 문의는 바로 정품 여부였다. 영수증 인증을 통해 정품 여부를 확인해줬지만, 여전히 가품을 우려하는 구매자들이 많았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안을 대신해 팝마트를 통해 '정품 구분법'을 문의해 봤다.
팝마트에 따르면, LABUBU 3세대(하이라이트 시리즈)에는 고유 인증 코드가 부착돼 있어, 소비자가 이를 공식 플랫폼에서 스캔하면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팝마트는 "일부 가품에도 코드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어, 인증 시 이미 여러 번 사용된 기록이 뜬다면 위조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품에는 위조 방지 스티커, 바닥면의 POP MART 로고 스탬프가 붙여져 있다. LABUBU 2세대(나랑 같이 놀자 시리즈)의 경우 자외선(UV) 아래에서 빛나는 UV 스탬프가 발바닥에 있다.
라부부의 외관 역시 중요한 단서다. 정품은 치아, 볼 색상, 코 등 얼굴 표현이 일정하고 균일하다.
LABUBU 3세대의 경우 타이다이 기법으로 각 제품의 색상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색감은 일관되며, 눈에는 그라데이션과 글리터(반짝이 효과)가 적용돼 가품과 쉽게 구분된다.
팝마트는 최근 위조품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팝마트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위조품 생산 및 유통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하는 전담 법무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현지 당국, 온라인 플랫폼, 법적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 위조품을 차단해 소비자들이 정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자는 라부부를 애타게 기다리는 한 아이의 아버지께 라부부를 재판매했다. 이처럼 초등학생까지 라부부의 매력에 빠진 만큼 보다 안전한 소비가 중요해보인다. 팝마트가 설명한 가품 구분법을 통해 라부부가 주는 작은 즐거움을 더욱 안전하게 누리길 바라본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