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13개 노조 참여
노조연대 "불투명 성과급 개선 필요하다"
일각선 "삼성전자 실적 개선도 선행돼야"
삼성그룹 노동조합 연대(이하 삼성노조연대)가 30만 삼성 임직원들의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공동 행동에 나섰다. 노조는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성과급 상한을 폐지한 사례를 들며, 삼성에도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선 노조의 주장이 힘을 얻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노사 관계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사평가제도와 임금구조이며, 그중에서도 핵심은 OPI(초과이익성과급)라 불리는 성과급 체계에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과거처럼 정기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고, 대신 연 1회 회사의 이익에 비례한 OPI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문제는 지급 기준이 사측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정해지고, 그마저도 노조와 상의 없이 결과만 통보되는 구시대적 방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의장은 이어 "회사가 EVA(경제적 부가가치)라는 일반인에게 낯선 기준으로 자본 이익을 다 챙기고 남은 돈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현재의 구조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며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삼고, 성과급 상한선 없이 직원들이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이재용 회장을 직접 겨냥해 "이 회장은 중요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책임과 결단을 떠넘기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는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노조와 함께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4기 집행부를 새로 꾸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도 삼성노조연대 합류를 결정하며 뜻을 같이했다.
한기박 전삼노 위원장은 "현 제도는 직원들이 회사의 실적이 좋아도 본인에게 돌아올 몫이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이라며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과 투명하게 기준을 공개하는 SK하이닉스의 극명한 대비가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선까지 없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며 "삼성도 EVA가 아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노조 연대는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삼성의 성과급 제도 개편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 노조 연대는 ▲전국삼성전자서비스노동조합 ▲삼성화재노동조합 ▲삼성생명노동조합 ▲삼성디스플레이노동조합 ▲삼성SDI울산노동조합 ▲삼성에스원참여노동조합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동조합 ▲삼성생명서비스노동조합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동조합 ▲삼성웰스토리노동조합 ▲삼성이엔에이노동조합&U 등 12개 계열사 노조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합류해 13개 노조 연합체로 확대됐다.
다만, 노조의 요구가 현실적인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 노조연대가 예를 드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6조6534억원을 달성하며 성과급 확대의 명분을 확보했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디바이스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조5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업계 안팎에선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전망이 나오는 만큼, 실적을 본궤도에 안착시킨 후 보상체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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