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3국 동시 구조조정, 중국 2000만t 증설로 효과 반감
한국 범용 제품 의존 심화, 일본 대비 전환 속도 더뎌
전문가 “국가 주도 로드맵·대형 R&D 병행 없인 생존 어려워”
동북아 3국이 동시에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중국의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 있어 공급 과잉 해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순 감축만으로는 구조적 위기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진단 속에, 한국 석유화학은 고부가·스페셜티 제품 전환과 산업 재편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일본·중국은 최근 각각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 감축안을 내놓거나 로드맵을 확정했다.
한국은 산업부 주도로 10개 주요 기업과 함께 에틸렌 270만~370만t 감축 자율협약을 맺었고 일본은 이미 2010년대에 전체 생산능력을 19% 축소했으며 여기에 더해 2028년까지 220만t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중국도 노후·소규모 설비 740만t 이상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조치만으로는 수급 균형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올해부터 2028년까지 2000만t 이상의 신규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어서 감축분이 상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국, 중국, 일본의 구조조정 계획은 큰 폭의 수급 개선이나 스프레드 반등보다는 소폭의 업황 개선 혹은 수익성 하락 폭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업계의 고질적 구조 문제도 상황을 더 어렵게 한다. 한국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 제품 비중이 50~60%로 높아 중국발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시장 수출 덕에 성장을 이어왔지만 최근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수출 물량과 가동률이 모두 줄어든 상태다.
반면 일본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범용 제품 비중을 30~40%까지 낮추고, 전자 소재·헬스케어·고부가 수지 등 스페셜티 및 비화학 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그 결과 최근과 같은 극심한 다운사이클에서도 5%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구조조정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김용진 단국대 교수는 중국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도 전략적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노후 설비를 정리하는 동시에 대형 설비를 증설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범용 제품은 대규모 설비로 원가 우위를 확보하고 스페셜티·첨단 소재는 내수 밸류체인을 통해 완결시켜 외국 기업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중국이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시장에 숨통이 트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중국만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대응 과제에 대해서도 “단순 구조조정만으로는 생존력이 약하기 때문에 국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 로드맵과 대형 R&D 프로젝트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중국발 호황에 기대는 전략은 이제 버려야 하고, 자체 생존 전략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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