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FI, 1100선 초반…9년10개월 만 최대 낙폭
관세·수요 둔화·신조선 인도 3중 악재 겹쳐
HMM 실적 급감 전망…포스코 인수 변수로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이 1100선 초반까지 밀리며 약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한 가운데 해운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발 고율 관세 여파에 따른 조기 선적 수요 소진과 글로벌 경기 둔화, 코로나 특수기에 발주된 신조선 인도로 인한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해운업계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운임 하락세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요 선사들의 실적 전망도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등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6일 기준 1114.52로 전주 대비 6.9% 하락했다. 불과 일주일 전 기록한 1198.21에서 8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2015년 11월 이후 9년 10개월 만의 최대 하락률을 보였다. SCFI는 올해 6월 2200선을 넘은 뒤 11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다 지난달 반짝 반등했으나 이후 다시 4주 연속 하락세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미국 관세 정책이 촉발한 수급 불균형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화주들이 물량을 앞당겨 출하하면서 단기 반등이 있었지만 이후 수요가 급감했다. 여기에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화물 확보 경쟁이 치열했음에도 예년과 달리 수요가 늘지 않아 운임 방어에도 실패했다.
코로나 특수기에 해운사들이 대거 발주한 신조선 인도가 본격화된 것도 부담 요인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을 줄이며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들어 북미 컨테이너 수입 물동량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수에즈운하 통과 물량 역시 2023년 평균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운임 하락은 곧바로 해운사 실적 악화 우려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넘게 감소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과 함께 내년 영업익 예상치를 기존 추정치보다 40% 가까이 내린 곳도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운임 조정세가 장기화하고 있고 벌크 운임이 견조하긴 하나 성수기 이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미국 고관세 정책에 따른 수요 불확실성과 신조 인도 지속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포스코그룹이 추진 중인 HMM 인수에도 부담 요인 및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포스코는 철강·에너지 물량을 해운망과 연계해 안정적 운임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해운 시황 부진이 길어지면 인수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공급 조절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출혈 경쟁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과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단기간에 운임 하락폭이 확대됐다”며 “내년까지는 운임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해운사들의 수익성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