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모비스 사장 "車 반도체 대란 또 올 것… 지금 국산화 기회"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9.29 15:03  수정 2025.09.29 15:03

현대모비스, 29일 차량용 반도체 포럼 개최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 협력… "외국산 의존 줄여야"

차량용부터 로보틱스까지… 발전 가능성 큰 시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사진 가운데)이 29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차량용 반도체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현대모비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그간 외국산에 의존했던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를 추진한다. 현대차그룹 핵심 부품 계열사로서 완성차로의 공급과 차량용 반도체 개발 역량을 모두 갖고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물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하는 숙제를 안은 만큼 '안정적인 먹거리'을 갖추겠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29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차량용 반도체 포럼에서 "자동차 구매사업본부에 있던 당시 2022~2023년 차량용 반도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며 "차량용 반도체는 외산에 대부분 의존하는 구조여서, 해결이 어렵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다시 그런 문제는 또 올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구매본부에서 오랜기간 몸 담은 인물로,지난 2022년 코로나19 당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완성차 생산 차질 사태를 직접 겪었다. 현대차·기아에서 구매1사업부장, 의장전장부품구매실장, 구매전략실장을 거쳐 구매본부장을 맡아 현대차·기아의 구매를 총괄하다 2023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사장은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이후 현대모비스에서 근무하면서 모비스의 반도체 설계 역량, 개발 역량을 확인했다"며 "국내에 반도체 팹리스 등 매우 강한 반도체 생태계가 구성돼있는데, 대부분 모바일, 가전 쪽이라 이걸 잘 활용하면 차량용으로도 구축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회사는 물론 현대모비스 처럼 제어기를 직접 사용하는 부품사나, 기존 모바일, 가전 반도체 쪽 플레이어들에게도 모두가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실제 효과, 성과를 내기위해 장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생각해낸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의 해법은 완성차 기업과 국내 반도체 공급업체 간 '가교 역할'을 직접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모비스와 협력해 차량용 반도체 제품을 개발하면, 현대모비스는 이를 공급받아 현대차·기아에 탑재되는 부품에 활용하고, 이를 통해 기술력과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완성차가 안정적인 수요로 뒷받침하고 모비스가 반도체와 자동차 틈새 메운다면, 설계와 제조, 전 공정과 영역에 걸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협업하는 차량용 반도체가 국내에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수십년간 부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차량용 반도체에 요구되는 성능을 직접 체험했고, 글로벌 표준과 규격에 맞춘 품질관리에 있어서도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핵심 부품사로서 품질, 원가,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 바탕으로 완성차와 반도체 사업 사이 잇는 중추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사진 가운데)이 29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차량용 반도체 포럼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현재 일부 차량용 반도체는 이미 국내 업체들과 공동 개발 단계에 착수한 상태다. 글로벌테크놀러지와 동운아나텍이 현대모비스와 이미 공동 개발을 마치고 차세대램프와 구동반도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를 국내 업체들과 일부 협업해서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 중에서는 빠르면 내년에 양산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내년에는 국내 팹리스 회사들 별로 두세가지 정도, 가이드를 해서 새로운 프로젝트 해보자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향후 현대모비스의 자체 경쟁력에도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현재 수익의 80%가 그룹에서부터 나오고 있어 자체적인 수익 확보 방안을 마련해 자립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수주 목표롤 꾸준히 높이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이 자리잡기까지 현대차·기아 차량에 우선 공급하더라도, 향후 글로벌 시장에 기술력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수주를 노려볼 수 있다. 최근 로보틱스 부품 생산을 알린 만큼 향후 로보틱스 반도체 쪽으로 추가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이 사장은 "물량을 키워줄 수 있는 방안이 뭘까, 생각해보면 차량용 반도체는 공용화와 표준화를 진행 중에 있어다. 공용화와 표준화 통해 반도체 종수를 줄이고, 종당 구매 볼륨 늘리는 쪽으로 매력도를 높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차량용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얼마 전 발표했 듯, 로봇 부품으로 확장할 예정이고, 가능성은 열려있다. 차량용 부품과 로봇 부품이 상당히 많이 겹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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