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당한 '국민의 알 권리'

송서율 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25 07:07  수정 2025.09.25 09:09

소통과 경청을 최우선 한다지만, 실상은 언론 통제와 감시에 가까운 시스템

국민 알 권리 위해 필요한 질문이나 심적 스트레스로 예민한 질문 피하게 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통령실이 자주 내세우는 말 '국민의 알 권리'¹.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는 사실상 '배신' 당하고 있다.


약 3개월 전, 대통령실은 "국민의 알 권리와 투명성을 높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언론 브리핑실에 기자를 비추는 카메라를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시스템을 개편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국민과의 소통과 경청을 최우선하는 국정철학에 발맞추기 위한 개편'이라며, 대통령실 대변인과 관계자만 비추던 '일방적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기자들이 질문하는 모습을 '쌍방향'으로 전달하겠다고 했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니다. 대통령실이 주장하는 취지보다는 '언론 통제와 감시'에 가깝다.


많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나같이 브리핑룸 시스템 개편 이후 이메일로 살해 협박도 자주 받고, 이전보다 훨씬 많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힘들어했다.


생각해 보자.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이어서, 기자가 예민한 주제의 질문을 하거나 대통령실에 조금 불리한 내용의 질문을 했을 때 정신적·심적으로 시달릴 것이 불보듯 뻔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기자들도 기자이기 이전에, 회사 다니는 사람들 중 하나다. 당연히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질문들을 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실제로 기자들도 "질문 이후에 머리 아플 수 있는 질문은 어쩔 수 없이 좀 피하게 되죠"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실에 불리한 내용을 다룰 때는, 생중계하던 카메라를 끄고 비공개로 전환하고,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 정부나 기관·기업 등이 취재진에게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배경이나 상황을 비공식적으로 설명하는 브리핑 방식)으로 돌린다고 한다. 가끔은 백백브리핑(백브리핑에서도 밝히지 못한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까지 한다고 한다.


이것이 현 정부가 말하는 '국민의 알 권리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고, '국민과의 소통과 경청을 최우선하는 국정철학'인가. 이는 매우 모순적인 모습이다. 국민 알 권리를 빙자한 '국민 기만'이 아니면 무엇인가.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실이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생중계 브리핑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결코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을 '민낯'이 오히려 고스란히 공개돼버린 사건들도 몇몇 있었다.


대표적으로 최근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이 군부대 내 사망사고에 대한 브리핑 도중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청년들에게 '복역(관습적으로 [징역을 삶]이라는 뜻으로 쓰임)'이라는 표현을 썼다. 단순 말실수라고 치기도 어렵지만, 말실수라고 치더라도 그 말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대로 송출됐다.


대통령실 대변인의 발언은 곧 대통령의 공식 입장인데, 군부대 내 사망사고라는 심각한 사안을 다루면서도 일말의 진지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 대통령실의 입장을 묻자, 강유정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발언은 당연히 곧바로 '대통령실도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원한다'라는 메시지로 해석됐고, 큰 논란이 됐다. 이는 명백히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유정 대변인은 "언론의 오독이자 오보"라면서 언론 탓으로 책임을 돌렸고, 대통령실은 공식 브리핑 속기록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 기자들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자, 뒤늦게 다시 속기록을 원상복구 시켰다.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지, 이러한 속기록 조작 행위는 국민 앞에 발표한 메시지를 사후에 은폐하려는 시도로써, 시시때때로 '국민의 알 권리'를 외쳐놓고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단어가 정권의 필요에 따라 '국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소비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이는 결국 또다른 '국민 팔이'에 불과하다.


불리할 때, 필요할 때만 국민을 내세우는 행태는 이제 멈춰야 한다. 국민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¹국민의 알 권리: 국민의 알 권리란, 민주주의적 국정참여와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 및 인간다운 생활을 확보하기 위하여 모든 정보원으로부터 일반적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말한다.


글/ 송서율 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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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적인 사람에게나 배신이니 하는 표현을 쓰는 것이지 태생이 배신과 음모, 거짓으로 가득한 집단에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2025.09.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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