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도 상임위원장 17개 독차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간사 선임안을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부결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6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교섭단체(국민의힘) 간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인사에 관한 안건으로 보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투표에 부쳤다.
간사 선임에 관한 안건을 투표에 부치는 것부터는 초유의 사태다. 헌정사에 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간사 선임은 각 당의 추천을 존중해 별다른 이의 없이 호선으로 처리해 왔지만, 예외적 상황을 벌인 셈이다.
교섭단체 간사는 상임위원장과 협의해 상임위의 의사일정 등을 결정한다. 국민의힘 간사가 공석으로 비어 있으면, 추미애 위원장은 민주당 간사하고만 협의해서 법사위 의사일정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된다. 상임위 의사일정을 전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나경원 의원이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전날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이 구형된 점을 들어 간사직 수행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한 교섭단체가 자신들의 간사를 정하는 일을 다른 교섭단체가 간섭할 사유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 여러 송사에 휘말리면서 항소심에서까지 유죄가 나왔던 의원들도, 오랫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법사위에서 활동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섭단체 간사 선임의 안건을 전체회의에 부쳐 투표로 부결시킬 수 있는 것이었더라면, 보수정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시절에는 왜 그런 선례가 한 번도 없었겠는가.
민주당이 국회 운영과 관련해 헌정사의 오랜 관례를 깨온 것이 이번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민주당은 과거 2020년 문재인 정부 하에서 21대 국회가 개원할 때, 상임위원장 17개를 다 독차지해 설화에 오른 바 있다.
해당 사건은 1987년 5월 12대 국회 후반기 이후 33년 만이고, 1987년 민주화 이후 '87 체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회 운영에 있어서 모든 것을 명문의 규정에 있는대로 문리적으로만 해석해서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치의 본령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들은 헌법조차도 불문헌법(不文憲法)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불문헌법이란 명문으로 규정돼 있는 게 아니라, 전해내려온 관례를 존중하는 것이다.
관례를 아무렇지도 않게 깨는 민주당의 일방독주 행태를 선진 헌정의 외국에서 바라보면 아연실색할 일이 아니겠는가. 한때의 공세를 취하기 위해 수십 년간 내려온 관례를 서슴지 않고 깨버리는 것은 역풍을 부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정사의 흉터로 남게 된다는 점을 상시 전제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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