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금융 정책…두 달만에 뒤집혀
하반기 대출 총량 막혀 실효성도 미지수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ㄱ 씨는 올해 초 낮은 금리의 다른 은행으로 대환을 하려 했지만 6·27 대책으로 하루아침에 계획이 무산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매달 수십만원의 이자를 더 내던 그는 대환이 재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갈아타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ㄱ 씨는 "대출을 막았다 풀었다 할 거면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으로 사실상 막혔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이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된다. 실수요자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규제를 완화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만에 정책 기조가 뒤집히면서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하반기 가계부채 총량 규제로 인해 실제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1억원 초과 주담대 대환대출을 재개했다.
뒤이어 신한은행이 이르면 17일부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번 주 내 재개를 목표로 관련 전산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다만 농협은행은 자체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따라 중단 상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6월 27일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에 대해 1억원까지만 대환을 허용하도록 한도를 설정했다.
이는 사실상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대환대출을 전면 중단시킨 조치였다. 수도권 주담대 평균액이 대략 1억5000만원 수준이다보니 1억원 한도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대출 유목민들의 권리를 막으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키웠다는 후폭풍이 거셌다. 업계에서의 금리 경쟁도 무력화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이달 7일 대책을 통해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대환대출에 한해 한도 제한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갈아타기는 전체 가계대출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서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이다. 금융당국은 올 초까지만 해도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환대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바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지난 6월 말 돌연 대출 문을 걸어 잠갔고, 두 달여 만에 다시 이를 허용하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대환대출이 재개되더라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들어 은행별 가계부채 총량 한도가 거의 소진된 상태라 대출 문턱은 이미 높아진 상황이어서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대출이든 대환대출이든 모두 총량 규제 대상이다보니 제한된 한도 내에서 대환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정부의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집행은 극히 일부에 그치면서 유명무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출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며 "정부가 섣부른 정책으로 실수요자만 옥죄는 시행착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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