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스테이지, 각각 새로운 색깔 보여줘
새로운 음악 페스티벌이 만들어지려면 분명한 ‘왜’가 필요하다. 그 바탕 위에 의미가 세워지고, 그 의미에 맞는 라인업이 구축된다. 과거 적잖은 페스티벌이 화려하게 출발한 후, 만들어진 이유와 의미가 무너지면서 사라졌다. 올해 첫 개최된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SOUND PLANET FESTIVAL)은 명확했다. ‘롤링홀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이 왜 열려야 하는지, 어떤 페스티벌인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이보다 명확한 이유는 없다.
13일과 14일 인천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 2025’(이하 ‘사운드플래닛’)은 롤링홀이 쌀은 3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펼쳐졌다. 늦여름의 열기가 강했지만, 이틀 합계 무려 4만여 관객은 그간 롤링홀 무대에서 펼치진 다양한 음악을 넓은 공간에서 다시 즐겼다.
이번 페스티벌은 무엇보다 라인업부터 강렬했다. 롤링홀이 ‘국내 인디밴드의 성지’라는 타이틀을 가진 만큼 그동안 롤링홀을 거쳐간 많은 팀이 합류했다. YB와 체리필터를 포함해, 넬, 딕펑스, 루시, 브로큰발레타인, 크라잉넛, 트랜스픽션, 볼빨간사춘기, 카디, 브로콜린너마저, 중식이밴드, 한로로, 이승윤 등이 다채롭게 무대를 꾸몄다. 여기에 아직은 대중에게 낯설지만 음악성 짙은 팀들인 이랑이, 블루디, 오아베 등도 합류했다.
‘사운드플래닛’은 총 5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됐다. 메인 스테이지인 사운드플래닛 스테이지에는 YB, 체리필터, 한로로 등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어 사운드캠프 스테이지는 크라잉넛, 브로큰발레타인, 카디, 트랜스픽션 등 강렬한 하드록을 선보이는 팀들이 구성됐고, 사운드 브리지 스테이지는 볼빨간사춘기, 어반자파카, 송소희, 이츠 등 모던록 팀들이 대중과 만났다. 클럽 공간을 활용한 크로마스테이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오이스터, 아디오스오디오, 기프트, 적란운 등의 아티스트가 무대를 꾸몄고, KiTBetter x SPF 버스킹 스테이지는 앞으로 주목 받을 팀들인 이랑이, 블루디, 오아베, 다다다, 안효주 등이 관객과 만났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각각의 스테이지들이 성격이 확연히 달라서 각자의 성향에 맞게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이는 메인 스테이지 무대가 끝난 후 뚜렷하게 드러났다. 강렬한 사운드를 선호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사운드캠프 스테이지로, 잔잔한 음악을 즐길 이들은 브리지 스테이지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공간적 활용은 이번 페스티벌의 또다른 강점이었다. 물론 파라다이스시티의 기존 시설이긴 하지만, 시설에 맞는 음악 장르의 배치는 관객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킨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스테이지는 반짝이는 샛별들의 무대인 KiTBetter x SPF 버스킹 스테이지였다.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에 마련된 버스킹 스테이지는 페스티벌 관객 뿐 아니라 플라자를 이용하는 쇼핑객들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쇼핑객들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고,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좀더 폭넓은 팬층을 확보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간 수많은 인디밴드를 무대에 올려 대중에게 알리고 키워낸 롤링홀의 정체성을 보는 듯 싶었다.
롤링홀 측은 이번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을 매년 정기적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30주년 기념 페스티벌이 롤링홀 ‘30년 역사’를 기념함과 동시에, 앞으로 페스티벌로 만들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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