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까지 GS아트센터
1920년대 미국의 광란과 번영, 그 속에서 펼쳐지는 개츠비의 지독한 사랑과 꿈을 담아낸 무대는 명성 그대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그 화려함의 정점에서 역설적으로 깊은 공허함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오디컴퍼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가장 큰 미덕은 단연 시청각적 쾌감에 있다. 개츠비의 성에서 매일 밤 열리는 파티 장면은 작품의 백미다. 수십 명의 앙상블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재즈 시대의 흥겨운 리듬과 스윙 댄스가 쉴 새 없이 몰아친다. LED 스크린과 조명을 영리하게 활용해 끊임없이 공간을 변주하면서 무대도 화려하게 변화시킨다.
제이슨 하울랜드가 빚어낸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재즈의 스윙감과 팝적인 멜로디가 결합된 넘버들은 중독성이 강하며 극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이끌어간다. 특히 파티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는 ‘New Money’ ‘Roaring on’ 등의 넘버는 물론 ‘For Her’ ‘My Green Light’ 등 캐릭터의 서사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넘버까지 조화를 이룬다.
완벽에 가까운 볼거리 속에서 이야기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이 겨눈 핵심을 향해 나아간다. 그것은 아메리칸드림의 허상과 인간 내면의 깊은 공허함이다. 뮤지컬은 개츠비가 데이지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쌓아 올린 부와 명성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파고든다. 배우들은 이러한 캐릭터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오디컴퍼니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이 미국 소설이지만 국내 공연 제작사인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아시아 최초로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작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였고, 올해는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려졌다. 현재 한국 공연까지 올려지면서 3개 국가에서 동시에 공연되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올려졌을 때부터 호평을 얻었던 만큼, 국내 무대에 올려지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실제로 작품은 원작의 문학적 성취를 현대적인 무대 언어로 영리하게 재해석했다. 원작에서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시선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뮤지컬에선 다양한 캐릭터가 저마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무엇보다 ‘보는 뮤지컬’로서의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인간의 고독과 꿈의 허망함이라는 주제 의식 또한 충실히 담아냈다.
다만, 방대한 원작의 서사를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 안에 압축하는 과정에서 일부 캐릭터의 서사가 단편적으로 그려지거나 관계의 변화가 급작스럽게 느껴지는 지점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연은 11월 9일까지 GS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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