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지도부 뜻과 달라" 발언에
김병기 격노…"공개 사과하라고 해"
수사기간도 보름 차이밖에 나지 않아
鄭, 의총서 국민·당원·의원에 사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으로부터 정부조직법 개정 협조를 얻어내는 대신 '3대 특검'의 기간을 외견상 연장하지 않는 듯한 여야 합의를 했다가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광분에 14시간여 만에 파기했다. 이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갈등 상황이 연출됐는데, 정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의 3대 특검법 개정안 합의 이후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당 게시판 등 인터넷에서 김병기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몇몇 강성 당원들은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도 단체 텔레그램 방에서 강성 지지자들에게 부화뇌동해 여야 합의안에 거부 반응을 보이거나, 심지어 원내 지도부에 문의조차 하지 않고 이러한 반응을 SNS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정청래 대표는 그날 밤 원내 지도부에 재협상을 지시했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협상안은 내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 다르기 때문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며 "김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도부 의견과 많이 달라서 나도 어제 많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재협상안을 들고 국민의힘 측을 찾아갔으나 끝내 최종 협상은 결렬됐다고 문금주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의 태도에 분노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 그래"라고 소리쳤다. 대표 직함까지 빼면서 정 대표를 향해 격노한 모습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가 격앙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마치 자신이 '단독 행동'을 한 것처럼 상황이 흘러가면서 △여야 합의의 내용이 잘못 알려졌는데도, 동료 의원들도 자신에게 문의하기는커녕 강성 지지층만 의식하는 행동을 보여서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전날 아침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직접 협상 내용을 사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그동안 당 지도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련) 특별위원회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며, 당 지도부와 협의가 있었음을 밝혔다.
심지어 여야 합의안 중에서는 특검이 소진하지 않은 수사 준비 기간을 수사 기간으로 전용할 수 있는 단서 조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특검법에 따라 20일의 수사 준비 기간을 가지지만, 내란특검의 경우에는 5일만에 특검보 등 진용을 갖추고 수사팀을 출범시켰다. 이 경우 소진하지 않은 15일은 여야 합의에 따르면 수사 기간으로 전용되는 것이다.
반면 여야 합의 없이 특검법을 강행 통과시키더라도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추가 수사 기간은 30일에 그친다. 불과 보름 차이로 이재명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조를 받아내면 그게 더 이득일 수 있는 셈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은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 등의 소관이고, 해당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라, 민주당이 이를 패스트트랙에 태워 강행 통과시키려면 최소 18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추가 발언에서 여야 합의에 반대한다고 SNS에 글을 올린 의원들을 겨냥해 "글을 쓰기 전에 물어보셔야 하지 않느냐"고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까지 오해에 기반해 여야 합의안을 질타하면서 김 원내대표는 더 수세에 몰린 상황이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 특검의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시끄럽더라"며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느냐"라고 반문했다.
정 대표는 '특검 합의'를 두고 잡음이 커지자 이날 의원총회에서 사과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 대표는 특검법 수정안이 도출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당원과 국민, 의원들께 본인의 부덕의 소치라면서 사과를 했다"며 "그리고 앞으로 (특검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에게 사과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정 대표는 당내 잡음과 관련해 불협화음은 국민의힘에만 좋은 일이라며 다 덮고 가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3대 특검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특검 기간과 인력은 법사위에서 올린 원안 내용이 그대로 담겼고, 나머지 군 검찰에 대한 지휘권,특검에서 국수본으로 넘어갔을 때 특검이 수사 지휘하는 문제, 재판 공개 의무 관련 3개 조항은 수정된 것이라고 김 대변인은 특검법 처리에 앞서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검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이후 페이스북에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 전체의 요청으로 뜻을 모아 마련한 법안"이라며, 최종안 역시 자신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는 페이스북에 "바람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늘 처음처럼 오직 민심, 오직 당심만 믿고 간다. 민심을 이길 자는 없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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