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연일 집회 이어가며 조직개편·권한 축소 강력 반발
IMF 화상회의 전환 배경 두고 ‘관치금융 차단용’ 논란 확산
노조, IMF에 의견서 전달 계획했으나 돌연 취소로 무산
11일부터 2주간 국제통화기금(IMF)의 연례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IMF 미션단이 오는 12일 예정된 금융감독원 방문을 하루 전 돌연 취소하고 화상회의로 전환했다. 업계에선 “관치금융 이슈를 IMF 측에 공유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7일 정부 조직개편안으로 금감원은 노조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분리와 공공기관화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이날 오전 8시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 모여 출근길 집회를 열었다. 지난 8일부터 사흘째 정부의 조직개편안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주최 측 추산 700여명의 직원들이 ‘상복’을 뜻하는 검정색 옷을 입고 모여 ‘금소원 분리 철회’, ‘공공기관 지정 철회’ 등을 외쳤다.
이날 추가된 의제는 금감원의 제재 권한이었다. 조직개편안으로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에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와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이감될 가능성이 타진되면서 권한 축소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왔다.
집회에 참석한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소처)분리가 결정되면서 금융위가 이번 기회에 ‘제재권을 가져가겠다’고 하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사실 VIP(이재명 대통령)가 제재권 옮기라고 하셨겠나. VIP 측근으로 알려진 원장님 힘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보섭 노조부위원장(노조위원장 직무대행) 12일 이찬진 금감원장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개편안 반대를 외치며 12일까지 출근길 집회에 이어 여야 당사나 용산 등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거나 총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원장과의 면담 결과로 노조의 총파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10일) 여야 원내대표는 합의문을 통해 특검법 개정안과 금감위 설치 관련 법률 재개정에 협조할 것을 밝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빠르게 진전될 가능성이 커지자, 금감원 직원들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더욱 강하게 나서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합의문 보도 직후인 전날 7시 30분경 회의에 나서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 근조기 설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직함과 이름이 적힌 명패를 근조기 앞에 두고 ‘묘비’라는 상징성을 보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집회 종료 이후 근조기 앞에 일렬로 세워진 명패들은 오전 내내 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명패를 가지고 로비로 내려와 세워두며 이름을 더했고, 점심 이후에는 명패 앞에 조화를 두기도 했다.
금감원 노조 측은 오는 12일 금감원에 방문하는 IMF 협의단 측에도 ‘독립성 훼손’ 우려는 알리는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IMF 측은 하루 전 방문을 취소하고 화상회의로 전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IMF 측의 요청에 의해 화상회의로 전환됐다고 연락을 받은 상황”이라며 “(금감원 이슈가) 기사화된 내용이 있어 IMF 측에서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일리안의 취재를 종합하면, 오늘 오후 2시 대면회의에서 화상회의로 전환됐고, IMF 측이 내일 예정된 회의와 관련해 답변서를 보낸 부서는 ▲감독총괄국 ▲중소금융검사1국 ▲은행감독국 ▲중소금융감독국 ▲전자금융감독국 ▲금융시장안정국 총 6곳이다.
갑작스러운 변경에 해당 부서들은 아직 회의가 화상으로 전환됐다는 내용의 공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금감원과 동일하게 IMF 연례 협의 기간 중 회의를 개최하는 금융기관 관계자는 “IMF 연례 회의는 매년 한 번씩 기관을 방문해 왔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이후 다시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과 분조위를 금감위로 옮기는 방안이나 금감원과 금소원 분리 개편안을 보면 어떻게든 금감원의 힘을 빼서 재정경제부와 금감위 쪽으로 권한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IMF 측에서 화상회의를 먼저 요청했다고는 하나, IMF측 미션단에 기재부 소속 인원이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에서 먼저 IMF에 요청한 후, 이를 IMF가 따르고 금감원에 요청했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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