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존중’ 기조 아래 속도전
노사갈등 격화…실효성 의문 증폭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추진한 주요 노동정책의 중간 성적이 조명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김 장관과 함께 ‘노동 존중’ 기조를 명확히 하고, 노란봉투법 강행부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등 지난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속도전’을 펼쳤다.
그러나 현장에선 혼란과 반발도 적지 않았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노사갈등 중심 ‘노란봉투법’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에서 가장 첨예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단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를 통과하고 이달 9일 공포되면서 효력 발생을 앞두고 있다. 내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노동부는 6개월간 현장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경영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계약 자유의 원칙을 훼손하고, 기업의 경영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기업 법안”이라며 “불법 파업을 조장해 산업 현장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노동계는 환영 일색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특수고용·하청·플랫폼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을 상대로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대폭 확대할 길이 드디어 열렸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조항의 모호성 때문에 논란이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실질적 지배력’ 개념의 모호성이다. 개정법은 사용자를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해 원청도 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했다.
이에 정부는 노란봉투법의 원활한 현장 안착을 위해 ‘현장지원단(TF)’을 운영한다.
김 장관은 “노사 분쟁 예방을 위한 지침과 표준 교섭 모델을 마련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며 “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기업 경영 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겠다”고 밝혔다.
장관직 걸고 약속한 ‘중대재해 근절’
김 장관이 “직을 걸겠다”고 언급한 정부의 중대재해 근절 대책도 주목할 만하다.
김 장관은 지난 1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재 사망자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는 데 ‘직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 전부처가 힘을 모아 중대재해 발생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반복 사망사고 기업에는 ‘무관용 원칙’ 기조를 분명히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처벌에 행정·경제 제재를 겹겹이 얹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우선 영업정지 요청 기준을 강화하고 인허가 취소 규정도 신설한다. 정부는 영업정지 요청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재발하면 건설사의 등록말소 요청 규정 신설도 검토 중이다.
중대법을 필두로 강력한 산업재해 예방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선 실효성 논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경영계는 ‘경영책임자 등’ 범위와 의무가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자에게 과도한 형사책임이 전가된다고 비판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고 후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며 “무사고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기업이 중대재해 제로를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하도록 당근책도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은 출범 100일 동안 빠르게 추진되면서 가시적인 변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가 많다.
특히 경영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이견을 조율하면서 노동정책의 실질적 개선을 이뤄내는 것이 최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 등) 법 시행에 대한 경영계의 부담을 잘 알고 있다”며 “기존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를 참여·협력·상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나가기 위해 경영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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