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마음, #마지막해시태그 [김민정의 #해시태그 패션(연재 끝)]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11 14:01  수정 2025.09.11 14:01

햇살은 조금씩 누그러지고, 공기는 제법 선선해졌다. 옷장 속 두께가 바뀌는 시기, 계절이 우리 옷차림에 말을 거는 순간이다. 바람은 길어지고, 소재는 무거워지고, 자연스레 스타일은 ‘가을다운 무드’로 바뀌어간다.


2025 FW 시즌, 거리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실루엣과 텍스처’다. 바람이 달라지고, 옷감은 조금 더 밀도 있게 바뀐다. 가벼운 셔츠 위에 슬쩍 걸친 자켓, 루스하게 떨어지는 니트 톱, 그리고 깊은 톤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된 스타일이 계절의 온도를 조율한다.


ⓒRECTO


렉토(RECTO)의 ‘DOUBLE LAYER STRIPE SHIRT (RED BROWN)’는 흐르듯 자연스러운 소재감과 여유 있는 실루엣이 조화를 이루는 아이템이다. 이중 구조로 디자인된 앞판은 풀어 입거나, 가볍게 묶어 연출할 수 있어 하나의 셔츠로 두 가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가볍지만 밀도 있는 셀룰로오스 혼방 원단은 입는 순간 계절의 공기를 가볍게 감싸며 스타일의 온도를 조절해준다.


여기에 앞판의 레이어를 자연스럽게 묶으면 허리선이 정리되며 실루엣에 단정한 긴장감을 더할 수 있다. 반대로 슬랙스나 데님 위에 풀어 입으면 셔츠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부각된다. 또한 간절기에는 니트 베스트나 가디건과 레이어드해 소재의 흐름과 구조적 디테일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AVIE MUAH


다음으로 아비에무아(AVIE MUAH)의 ‘오블리크 빈티지 루프 와이드 진’은 단순한 와이드 데님을 넘어, 디테일로 실루엣을 구성하는 팬츠다.


신축성 없는 면 혼방 소재에 깊이감 있는 스톤·브러쉬 워싱을 더해 표면 질감만으로도 은은한 빈티지 무드를 완성했다. 그리고 과장된 오비 디테일과 비스듬히 얹힌 벨트고리, 앞면 사선 포켓으로 자연스러운 여유 속에도 흐트러짐 없는 구조감을 만들었다.


루즈한 핏이지만 허리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이중 버튼과 은은한 로고 디테일은 팬츠 하나만으로도 스타일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LOW CLASSIC


한편 로우클래식(LOW CLASSIC)의 ‘REVERSIBLE WOOL PLEATS SKIRTS_CHECK’는 톤 다운된 네이비 체크와 촘촘한 플리츠가 만나,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실루엣에 은은한 리듬을 더해주는 아이템이다.


앞뒤 구분 없는 구조 덕분에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며, 클래식한 체크 패턴은 캐주얼과 포멀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또한 미디 기장에 정갈하게 정리된 플리츠는 걷는 동작마다 부드럽게 퍼지고 모양을 유지해, 움직임 속에서도 구조적인 실루엣을 유지하며 계절의 감도를 은은하게 표현한다.


이와 함께 두께감 있는 양말과 레더 소재의 아우터를 더하면, 스커트의 체크 패턴이 한층 더 선명하게 살아난다. 이때 상의는 슬림한 니트나 셔츠를 매치해 실루엣에 균형을 주는 것이 좋으며, 간절기엔 루즈한 재킷을 살짝 걸쳐 플리츠의 움직임을 강조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DEWL


마지막으로 듀엘(DEWL)의 ‘헨리넥 스트라이프 셔츠는 얇고 실키한 소재감이 피부에 닿는 바람처럼 부드럽고, 바디 라인 위에 여리한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넥 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헨리넥 디자인은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단정함을 잃지 않으며, 경쾌한 스트라이프 패턴이 일상 속 무드에 리듬감을 더한다.


좌측 하단의 미니 로고 자수는 과하지 않게 시선을 머무르게 하고, 슬릿 디테일과 커프스 롤업 연출로 실용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고려한 셔츠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옷을 고르고 입는 매 순간 우리는 계절을 입고, 기분을 걸치며 살아간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무엇이었는지, 어떤 날의 감정이 옷에 묻어 있었는지를 되묻게 된다.


‘김민정의 해시태그 패션’은 단지 트렌드를 소개하는 칼럼이 아니었다. 한 벌의 옷을 통해, 한 사람의 태도를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어떤 날은 #튜브탑으로 대담하게, 또 어떤 날은 #드뮤어룩으로 단정하게 눌러 담듯이, 우리는 각자의 해시태그를 만들어내며 자신을 표현해 왔다.


결국 이 연재가 말하고 싶었던 건 “자신만의 해시태그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누군가는 유행을 통해, 누군가는 시행착오 속에서, 그리고 또 누군가는 계절의 온도 속에서 천천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견해 갔다. 그렇게 쌓여온 옷과 시간들 속엔 저마다의 해시태그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의 옷장에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해시태그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모든 순간들에 고맙습니다.


김민정의 #해시태그 패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계절, 새로운 챕터에서 또 만나요. 우리 여전히 스타일리시하게!


<2023년 5월 10일부터 연재한 '김민정의 #해시태그 패션'은 62회로 마지막으로 끝냅니다. 그동안 연재를 사랑해주신 독자 분들 감사합니다>


김민정 / 어반에이트 패션 크리에이터, 아나운서minjeoung7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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