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회동처럼 '작심 발언' 재현되나
특별한 의제 없이 만나…민감 현안 충돌 불가피
野 상법개정안·노봉법·내란재판부 강력 반발
조지아주 구금까지…외교 리더십 공세 거셀 듯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처음으로 단독 회동에 나선다. 두 사람이 마주 앉지만 협치 복원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을 상대로 내란특검(특별검사)이 전방위 수사에 나섰고 이를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강경 투쟁에 돌입한 직후 마련된 자리라는 점에서, 사생결단 정국 속 만남이란 점이 부각된다. 실제로는 날 선 공방과 책임 공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현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할 당시와 유사한 야당 대표의 '작심 발언'이 재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야당 대표 시절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A4용지 10여장 분량의 메시지를 직접 낭독하며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했었다.
이 대통령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고, 오찬 후에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 별도의 단독 회동에 들어간다. 당초 국민의힘은 '영수회담'을 요구했지만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오찬을 한 다음 따로 두 사람이 만나는 방식으로 조율이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동을 국정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자, 협치와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회동은 특별한 의제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안을 제한 없이 꺼낼 수 있는 형식인 만큼, 오히려 민감한 쟁점들이 전면에 부각돼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민생 의제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되, 여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우려를 함께 전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최근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차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기업·경영계의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다. 해당 법안들은 노사 갈등 확대, 기업 경영 불확실성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는 게 국민의힘의 시각이다.
나아가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3대 특검법 개정안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도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은 수사 기간·범위·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관련 재판을 일반에 중계하는 이른바 '더 센 특검법'으로, 국민의힘은 이를 사실상 정권 차원의 정치보복 수단으로 보고 있다. 또 국회 추천으로 별도의 재판부를 만들어 12·3 비상계엄 관련 범죄 혐의를 다루겠다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역시 법치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헌적 시도이자, 야당 전체를 내란 혐의 세력으로 몰아가는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회담 직전 불거진 민감한 사안들도 이번 회담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내란 특검팀의 원내대표실 압수수색 시도는 대통령실의 만남 제안 이후에 이뤄진 만큼, 대화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의 외교 리더십을 향한 국민의힘의 정면 공세도 격화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이민 당국에 체포된 사건과 관련, 정권의 외교 기조를 두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한국인 구금 사태를 한미동맹 균열을 알리는 외교적 경고로 해석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태와 관련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등에 나서지 않은 점을 부각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외교 현안 관련 긴급 회의에서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만큼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돌아오자마자 반도체에 대한 더 강력한 규제가 있었다"며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 대미 투자의 1번지, 앞으로 대미 투자 약속에 따라서 가장 앞서서 대미 투자를 할 기업들이 이런 엄청난 일을 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라며 이 대통령을 향해 추궁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체류 사유와 비자 체계를 점검·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전세기를 투입해 구금 근로자들을 귀국시키는 등 긴급 조치에 나섰다. 귀국이 사실상의 추방이라면 향후 이들 인력은 미국 입국이 어려워지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을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강경 입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이 대통령이 회담 테이블에서 이 사안들을 비롯한 핵심 쟁점들에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이번 회담이 협치 복원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로 남을 지가 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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