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승절 열병식에 원자바오 참석…후진타오·주룽지 불참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9.03 20:57  수정 2025.09.03 20:57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AP/연합뉴스

중국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을 맞아 3일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개최한 대규모 열병식에 후진타오(83) 전 국가주석과 주룽지(97) 전 총리 등 일부 원로 지도자들이 불참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적으로 전 최고 지도자 등 당 원로들은 톈안먼 성루에 오르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관영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이날 열병식에는 리루이환(91) 전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정협) 주석과 원자바오(83) 전 총리, 자칭린(85) 전 정협 주석, 장더장(79)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80) 전 정협 주석, 리잔수(75) 전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왕양(70) 전 정협 주석, 왕치산(77) 전 국가부주석, 허궈창(81)·류윈산(78) 전 정치국 상무위원, 장가오리(78) 전 부총리 등 상당수 원로가 참석했다.


영국 BBC방송은 앞서 "전임 총리와 다른 원로들이 어떤 형태로 현장에 나타날지도 현재 중국 정치 분위기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열병식은 10년 전과 달랐다. 톈안먼 성루의 시진핑 국가주석 곁에 후 전 주석이 없었다.앞서 2015년 전승절(9월3일)에 기념행사에서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쪽에 장쩌민 전 주석과 후 전 주석이 섰다. 오른쪽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었다.2019년 건국기념일인 국경절(10월1일) 열병식에서도 장 전 주석과 후 전 주석이 시 주석 양옆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하지만 이날 열병식엔후 전 주석 자리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차지했다.미 CNN방송은 "시 주석 집권 후 열병식은 세 번째인데 국가주석을 지낸 원로 없이 치르는 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장 전 주석이 2022년 사망함에 따라 중국의 살아있는 전직 국가주석은 후 전 주석이 유일하다.


후 전 주석은 열병식 이전부터 불참설이 유력했다. 그는 2022년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 도중 경호원의 팔에 이끌려 강제로 퇴장당하는 모습이 포착돼 갖은 소문을 낳았다. 당시 중국 당국은 건강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시 주석의 권력 독주에 불만을 품고 각을 세웠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돌았다. 그는 2022년 12월 장 전 주석 사망 후 열린 송별의식이 참석한 이후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주 전 총리와 최고령 원로인 쑹핑(108) 전 정치국 위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령인 주 전 총리 역시 지난 몇 년간 공식 석상에 나온 적이 없어 불참에 무게가 실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나타난 것은 2018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칭화대 고문위원회 회의 참석 당시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 전 총리는 2019년 건국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고령인 그가 건강 문제로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15년 9월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장쩌민(가운데)·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열병식을 지켜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열병식이 중국군의 최대 행사인 만큼 ‘시진핑 실각설’의 진원지가 됐던 군부 내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 상반기 서방의 반중 인사를 중심으로 확산했던 ’시진핑 실각설‘의 경우 중국 군부 서열 2위인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시 주석을 제치고 군 권력을 장악했다는 소문에서 확산됐다.


이번 열병식에서 장 부주석은 장가오리 전 부총리 옆에 앉아 다른 정치국원과 달리 한 등급 높은 '은퇴한 상무위원' 옆자리에 앉았다. 장 부주석과 시 주석의 부친은 중국 내전 당시 동지였다. 그는 수년간의 군부 고위층 숙청에서도 건재했다.


시 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허웨이둥 군사위 부주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허 부주석은 지난 3월 전국인대 폐막식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숙청설에 휩싸였다. 이번 열병식은 군 고위층 낙마로 당 중앙군사위 7명 중 3명이 공석인 가운데 열린 점도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열병식이 시 주석의 군부 장악력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너선 친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CNN에 “장쩌민과 후진타오 모두 10년간 한 차례만 열병식을 했는데, 시 주석은 벌써 세번째 톈안먼 열병식”이라며 "그의 군부 통제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