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덥더니"…폭염·집중호우, 한국 경제성장률 끌어내린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08.31 12:00  수정 2025.08.31 12:00

한은 보고서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의 성장·물가 영향'

1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교 인근 한강변에 집중호우로 떠밀려온 쓰레기가 쌓여 있다.ⓒ연합뉴스

집중호우와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성장률과 물가 등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 이변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만큼,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위험 요인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한국은행 조사국 경기동향팀이 발표한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의 성장·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집중호우와 폭염이 집중되는 3분기 성장률은 2020년대 들어 2010년대에 비해 약 0.1%포인트(p), 연간 0.04%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 및 시설 피해가 현실적인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부문별로 보면 건설업은 집중호우로 공사가 중단되고 , 폭염으로 작업 속도가 저하되면서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농림어업에서는 집중호우가 농경지 침수와 가축 폐사를 유발하고, 폭염은 농작물 및 가금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집중호우가 10일 증가할 경우 연간 농림어업 성장률은 약 2.8%p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면서비스업에서는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며,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외식 물가로 전이되면서 수요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매판매 및 전기업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냉방 가전 판매가 늘고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도 일부 있지만, 전기요금 부담과 원자재 수입 비용 등 영향으로 성장 제고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됐다.


극단적 기상 현상은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은의 분석 결과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 효과는 3분기 중 0.3%p, 연간으로는 0.1%p 정도로 계산됐다.


특히 농축수산물 가격 불안정성이 커지며 '기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농산물가격은 7월중 기상여건 악화로 출하가 감소한 시금치·깻잎 등 채소류와 복숭아·수박 등 과실 가격이 큰 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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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기후 변화에도 현재의 방재 인프라가 과거 기후 여건을 토대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양준빈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보고서에서 "2023년 이후 최근 3년간은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폭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이 가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방재 인프라가 과거 기후 여건을 토대로 설계돼 있다 보니, 기상 급변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프라와 재난 대응체계 구축시 장기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과장은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 소도시와 군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한 만큼, 재정 부담과 기후 변화 대응력 사이의 균형 있는 정책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난 예방뿐만 아니라 조기 경보 시스템, 취약 계층 지원, 관련 보험상품 활성화 등 피해 최소화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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