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의사결정 거시지표뿐 아닌 국민 생활경제 반영해야
노동계 참여 다양성 제고에 기여하지만…전문성 보완 장치 병행돼야
균형 있는 전문성 및 사회적 대표성 결합…통화정책 신뢰 회복의 열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말 그대로 한국 경제의 심장 박동을 조율하는 기구이다. 기준금리라는 정책 수단을 통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강력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그러나 금통위의 결정 과정은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꾸준한 검증과 성찰이 필요하다. 최근 여당이 발의한 '금통위 노동계 인사 참여 법안'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한 제도 개선안이다.
찬반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이 법안은 현행 금통위 구성을 재조명하고 향후 의사결정 구조의 지향점을 고민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선 장점은 '탁상 경제학'에서 벗어나 ‘생활경제’를 반영한다는 측면이다.
현행 금통위는 대체로 경제학 교수, 전직 관료, 금융권 인사 등 소수의 전문성이 높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거시경제 분석과 금융시장 운용에 강점을 갖지만, 서민 가계부채나 생활물가, 중소자영업자의 경기 체감 같은 미시적 현실에는 다소 무감각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동계 인사가 금통위에 참여한다면 물가와 금리의 변화가 임금, 고용, 가계 소비에 어떤 실제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생생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화정책은 단순히 물가와 성장률을 관리하는 숫자의 게임이 아니라,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이다. 이는 '탁상 경제학'에서 '생활 경제학'으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학연으로 얽힌 동질적 배경을 가진 인사들로만 구성된 현재 금통위의 편향성을 완화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다원화하는 긍정적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전문성과 조율 능력의 한계가 그것이다. 노동계 인사의 참여에 대한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다.
금통위는 고도의 경제이론과 통계적 해석을 요구하는 전문적 논의의 장이다. 금리 인상·인하의 파급효과는 국제 자본 흐름, 환율 안정성, 금융시장의 균형에도 영향을 준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계 출신 인사가 충분한 경제학적 이해나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 없이 참여할 경우, 정책 논의에서 균형을 맞추기보다는 단편적 요구를 대변하게 될 위험이 있다. 자칫 통화정책을 '노동계의 이해'와 '시장 안정' 사이의 힘겨루기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로써, 시대적 흐름과 단점을 보완할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노동계 vs 전문가['라는 이분법을 넘어 이번 논란을 생산적으로 발전시키려면, 노동계 인사 참여 문제를 단순히 찬반 구도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핵심은 '금통위 의사결정 구조가 국민경제 전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이다.
노동계 인사만이 아니라, 통화정책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 집단을 제도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계경제 전문가, 중소기업 연구자, 소비자 단체 출신 전문가 등이 일정 비율로 위원회에 참여한다면, 금통위는 보다 입체적이고 다차원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배경의 위원을 단순히 참여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위원 선임 과정에서 최소한의 경제·금융 관련 교육이나 경험 요건을 설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수결만이 아니라 소수 의견을 기록·공표하여 정책 논의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통화정책의 민주화 필요성은 시대적 흐름이다. 금통위 구성과 운영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제도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정책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모든 국민이 금리 변화를 체감하면서 살아가는데, 그 의사결정 과정이 소수의 엘리트 집단에만 맡겨져 있다면 사회적 정당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금통위에 노동계 인사를 포함시키는 법안은 완벽한 답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금통위가 한정된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제도 개편은 "균형 있는 전문성과 사회적 대표성의 결합"이라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통화정책의 민주화를 이루고, 국민이 공감하는 금통위 결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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