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 단순 사회공헌 아닌, 금융사·취약계층 이익 얻는 상생 모형
글로벌 금융사, 금융 접근성 확대 토대로 새로운 금융 수요 및 수익 창출
포용금융 차별화된 전략 및 새로운 금융 수요 창출 모델 필요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포용금융'이란 단어가 이제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포용금융은 여전히 '금융사가 취약계층을 돕는 사회적 공헌사업'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국내 대부분 은행은 정부 권고에 따라 연례적으로 기부·후원 사업을 추진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일방적 혜택 제공과 그 이상의 임팩트를 창출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포용금융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다. 금융회사의 지속 가능한 수익과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실현되는 'win-win' 모델이 진짜 포용금융의 미래이다.
미국 3대 은행 중의 하나인 웰스파고(Wells Fargo)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웰스파고는 도심 내 빈민층을 위한 주택 건설에 기부금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도 이후 해당 주택에 입주를 원하는 취약 계층에게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제공해 상당한 수익을 낸다.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면서 새로운 금융 수요를 발굴하고, 결국 ‘은행-취약계층’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글로벌 포용금융의 최근 트렌드는 더욱 진화한다. 알리안츠(Allianz)는 교육을 통해 금융문맹을 해소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마이크로보험(소액보험) 상품을 개발해 위험을 줄인다.
소액보험은 주로 저소득층 대상으로 소액의 보험료로 생계 등에 대비하는 보험으로, 알리안츠는 소액보험 판매로 상당한 수입보험료를 기록한다.
알리안츠는 인도네시아·콜롬비아 등에서 월 1~2유로의 부담 적은 보험료만으로 출산, 의료 등의 핵심 위험을 보장한다. 알리안츠는 수억 명의 저소득층 대상으로 잠재적 소액 보험료 수익을 기대한다.
알리안츠는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운영비를 절감하고, 대량 판매 구조에서 수익성을 높인다. 결국, 알리안츠는 지역사회 신뢰를 획득해 장기적으로 보험시장 확장과 상품 다변화를 도모한다.
메트라이프(Metlife)는 다문화가정이나 장애인 등 경제적 자립이 필요한 금융소외자에게 입원, 질병, 상해 등 생활 속 위험에 대해 낮은 보험료로 넓은 범위의 보장 혜택을 제공하는 특화된 보험상품을 제공한다.
메트라이프는 금융소외자를 위한 암보험 등에서 가입조건을 완화하고, 보험료를 낮추며, 주요 위험에 집중해 적은 비용으로 넓은 보장을 제공한다.
결국 메트라이프는 장기보장 상품에서 가입자의 평균 해지율을 낮추고, 안정적 보험료 수익을 올린다. 또한, 메트라이프는 취약계층 특화상품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사회적 신뢰 확보를 토대로 추가 상품 판매와 연계 서비스 등 교차수익 창출을 기대한다.
케냐의 M-PESA는 핀테크 혁신으로 금융 접근성이 낮은 농촌 주민 대상으로 쉽고, 안전한 송금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은행 계좌 없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국민 대다수를 고객으로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M-PESA는 거래 수수료, 송금 수수료, 소액대출 이자 등 모바일 거래 기반의 수익을 확보한다. 또한, 사용자 확대에 따라 플랫폼 내 광고를 기반으로 추가 수익원이 다양하게 창출된다.
M-PESA는 케냐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금융시장의 저변을 크게 넓혀왔다. 참고로 M-PESA의 금융거래액은 케냐 GDP의 87%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포용금융은 금융사가 연례적으로 양적 부담을 짊어지는 사회공헌사업 형태가 많으며, 은행 간 차별성도 부족하다. 대부분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어 소비자에게 주목받거나 금융사의 장기적 수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더 이상 포용금융을 '도움의 손길'로만 여겨선 안 된다. 은행이 스스로 새로운 금융 수요를 창출해 취약계층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로서 포용금융이 인식되어야 한다.
지역 맞춤형 금융교육, 생활환경 개선과 연계된 프로젝트형 금융상품,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혁신 서비스 등 은행마다 특색 있는 포용금융 모델 개발도 절실하다.
진정한 포용금융은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이다. 단순 사회공헌을 넘어 은행의 지속 가능한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때, 취약계층에 희망을 심어주고 금융업에도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다.
다음 시대가 요구하는 포용금융은 '상생과 차별화'에 답이 있다. 이제 은행의 전략적 선택은 취약계층과 함께 성장하는 한국형 포용금융이 되어야 한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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