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강대강’ 대립…‘제2의 의료대란’ 우려에 정부 역할론 부상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08.20 14:10  수정 2025.08.20 14:12

기업 철수·투자 위축 우려

경제 전반 불확실성 확대

사회적합의 기구 필요성 대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강대강으로 맞서는 가운데, 기업 철수 가능성과 ‘제2의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갈등 조정 역할이 중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간접고용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교섭과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원청의 지배·개입에도 불구하고 교섭권이 보장되지 않아 발생한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노동계는 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해당 법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친노동계인 여당도 이번 법안 통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출발점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영계와 야당은 법 시행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다. 경영상 의사결정까지 쟁의 대상이 되고 사용자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제6단체(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견기업연합회)는 최소 1년 이상의 법 시행유예와 ‘사업경영상 결정’은 쟁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수정 요구를 국회에 제출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경우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응답자의 80.9%는 파업 횟수와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해, 법 개정이 오히려 노사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같은 상황은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의료계 집단행동 사태에서 정부가 이해당사자 설득에 실패한 채 정면 돌파를 시도하다 충돌이 격화된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심화되면 생산 차질, 투자 감소, 고용 축소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 갈등의 심화는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보수적인 경영을 강제하게 된다”며 “국부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기업인데 이들이 보수적인 경영을 한다면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까지 남은 6개월 동안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매뉴얼과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더라도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법안의 내용 자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교수는 “정부가 대화와 타협 대신 행정적 대응책 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공식적인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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