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손 베일까봐"…승강기 벽보 뜯었다 '재물손괴' 고소당한 30대 엄마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5.08.20 11:46  수정 2025.08.20 11:46

벽보 소유자,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장 제출…경찰, 혐의 인정된다 보고 검찰 송치

"불법 전단지 제거하듯 한 행동이 범죄 행위 될 줄 몰랐어…재산 탈취할 의도 없어"

경찰 수사 결과 통지서.ⓒ연합뉴스

경기 김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벽보를 뜯어낸 주민이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경기 김포경찰서 등에서 따르면 30대 여성 A씨는 지난 6월27일 김포시 한 아파트 승강기에 붙은 벽보를 제거했다가 형사 사건에 휘말렸다.


A씨는 돌도 안 지난 어린 딸을 안고 승강기에 타면 아이가 자꾸 손을 뻗어 벽보를 만지려 하는 것을 보고 손이 베일까 우려해 게시물을 뜯어냈다. 그는 벽보가 A4 용지 여러 장이 겹쳐 있어 너덜거리는 상태인 데다 관리사무소 직인도 찍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벽보의 소유자가 문제를 제기하며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혐의가 있다고 보고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피의자가 된 A씨는 해당 벽보가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 간 마찰로 인해 특정 주민의 입장을 담은 문건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주민 갈등이 첨예한 탓에 관리사무소도 게시물에 손대지 못하고 있었으나 A씨는 세 자녀를 키우느라 이런 사정을 알 턱이 없었다고 했다.


A씨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아파트 관리소장과 동대표가 고소인을 설득하고 나섰지만, 고소 취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불법 전단지 제거하듯 단순히 떼어낸 행동이 범죄 행위가 될 줄은 몰랐다. 남의 재산을 함부로 여기거나 탈취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경찰은 고소인이 재물의 가치가 있다고 여긴 벽보를 A씨가 명백히 훼손했기 때문에 재물손괴의 요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A씨처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있는 벽보를 뜯었다가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는 과거부터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용인에서는 한 중학생이 승강기에 붙은 게시물을 뜯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가 보완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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