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에서 공실지대로” 외식업계, 이태원 상권 출점 전략 수정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8.20 07:01  수정 2025.08.20 07:01

팬데믹·참사 ‘이중 악재’ 등 외식업 회복 더뎌

임대료 부담·소비 패턴 변화에 회복 발목

주말 관광객만 남은 거리…공실 여전

침체의 골 깊지만, 공연·관광 수요 회복 기대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K-컬처 성지’로 불리던 이태원 상권이 활기를 잃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몰려들고 있지만, 임대료 부담과 소비 패턴 변화로 외식업 공실은 갈수록 늘어나는 분위기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태원 상권의 공실이 크게 늘면서 외식업체들의 영업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임대료 부담과 유동인구 감소로 매출 확보가 쉽지 않고, 주말 관광객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일부 점포는 사실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과거 이태원 상권 이미지와 대비된다. 이태원 상권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미군 기지 인근이라는 특수성으로 외국인과 다문화가 공존하는 거리로 인식됐다. 각국 음식점과 클럽, 바(Bar)가 들어서며 ‘이국적인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SNS와 예능 프로그램 등을 타고 젊은 층의 발길이 몰리며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강남·홍대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이 꼭 찾는 코스로 꼽히면서 글로벌 문화 거리로 부상하기도 했다.


특히 이태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외국인 필수 방문 코스’로 불렸다. 방탄소년단 RM이 즐겨 찾는 카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촬영지가 알려지며 해외 팬들이 몰려들었다. 다국적 음식문화와 클럽, 패션이 결합한 공간으로 ‘서울에서 꼭 가야 할 거리’로 이름을 높였다.


하지만 팬데믹과 이태원 참사를 거치며 현재는 ‘글로벌 관광지’라는 이미지와 달리 상권 침체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주말 관광객 중심으로만 명맥을 이어가는 사이, 골목 곳곳은 공실로 채워지며 과거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이태원 상권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기준 14.44%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9.91%)보다는 한결 나아졌지만 여전히 서울 평균(8.93%)을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상권의 높은 공실률에 대해 유동인구 감소, 신흥 상권으로의 수요 이동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팬데믹과 참사 여파로 외국인과 젊은 층이 발길을 돌린 데다, 여전히 높은 임대료와 열악한 점포 환경이 맞물리면서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다.


이에 외식업계 출점 전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일반 피자와 치킨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배달 수요가 적은 데다, 업종 특성상 집객이 안 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한때 이태원은 외식 대형 프랜차이즈의 ‘테스트베드’로 꼽혔다.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 국내 대기업 외식 계열사까지 앞다퉈 매장을 열었다.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이 몰리는 특성을 활용해 신규 브랜드와 메뉴를 선보이는 무대로 삼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태원은 한때 신규 메뉴와 콘셉트를 시험할 수 있는 상권이었지만, 이제는 배달 수요가 적고 유동인구가 줄어 발굴 기회가 제한적”이라며 “지금은 리스크가 커 강남을 포함해 신흥 상권이나 배달 중심 상권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점포에 임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특히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유동인구 감소로 매출이 불규칙해 안정적인 영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일부 점포는 문을 닫거나 운영 시간을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한강진역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40대)는 “손님이 줄면서 매출을 유지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운영 시간을 줄였다”며 “예전 같으면 주말 저녁까지 풀로 영업했지만, 지금은 일부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만 손님이 몰려서 인건비 절약 등을 위해 문을 금방 닫는다”고 전했다.


앞서 이태원은 지난 2022년 이태원 압사 참사의 영향으로 상권 회복세가 꺾이고 침체가 장기화됐다. 참사 이후 ‘위험한 거리’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발길이 줄었고,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마저 다른 신흥 상권으로 이동했다. 외식업체는 문을 닫으며 상권 전반이 활력을 잃었다.


2020년에도 타격이 컸다.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구로 퍼져 나가면서 상권 전체가 ‘셧다운 공포’에 직면했다.


또한 같은 해 경기 침체와 주한미군 부대 이전까지 겹치면서 이태원 상권은 이른바 ‘3중고’를 겪었다. 젊은층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주로 보세 잡화점과 음식문화거리의 클럽, 주점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임대료로 인해 상가 공실률은 크게 높아졌다.


다만, 최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일부 돌아오고 젊은 층의 방문도 소폭 늘면서 상권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공연을 보기 위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데다, 중국 무비자 입국 재개 등 외국인 관광객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당시 이태원은 코로나19 여파에 이어 참사까지 겹치며 두 번 무너졌다”며 “외식업체들은 회복 기회를 잡기도 전에 고정비와 임대료 부담으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은 돌아왔지만 소비 패턴이 달라져 예전처럼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주말에만 몰리는 손님으로는 상권을 지탱하기 힘든 상황에서 임대료 역시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발길이 늘고 있어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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