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목표는 천만"…박찬욱 감독, 20년 숙원 '어쩔수가없다'로 귀환 [D:현장]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8.19 13:59  수정 2025.08.19 13:59

9월 개봉

박찬욱 감독이 이병헌, 손예진과 손 잡고 필사의 생존극 '어쩔수가없다'로 돌아온다.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CGV에서는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 원작을 처음 읽고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게 벌써 20년 전이다. 그동안 한 작품만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계속 마음에 두고 노력해왔다"라며" "드디어 성사되는 날이 왔다. 빨리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복귀한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은 "원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읽어왔는데 그 중 이렇게까지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은 없었다. 미스터리 장르라는 게 보통 '누가 범인을 죽였느냐', '누가 범인이냐'라는 종류가 많다. 그런 수수께끼가 풀리고 나면 다 해소돼 음미하는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를 따라가게 돼 있다"라며"수수께끼는 없지만 그의 심리와 보통 사람이 사회의 시스템에서 내몰리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기 때문에 몇 번을 곱씹어도 재미 있었고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라고 '액스'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자기가 상대하려는 희생자들이 다 자기 분신 같은 존재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아주 씁쓸한 비극이다. 그 안에 새로운 종류의 부조리한 유머를 넣을 가능성이 보였다. 소설 자체도 그런 면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만든다면 더 슬프게 웃긴 유머가 살아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어쩔수가없다'는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됐다. 이 외에도 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63회 뉴욕영화제 공식 초청됐다.


그는 "베니스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에 오랜만에 간다는게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가 30주년이기 때문에 개막작으로 초대를 받은게 영광스럽다. 한국영화의 부흥과 함께한 역사라 소중하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내가 보수적이라 어려서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기준은 언제나 영화관이었다. 이것이 제 기본값이다"라며 "후반 작업할 때 작은 소리, 밤에 우는 새소리, 색깔 등 화면 구성에 작게 보이는 어떤 부분도 시간들여 매만지는 공들인 작업을 큰 스크린, 좋은 스피커, 중간에 나갈 수 없는 폐쇄된 환경에서 감상해야 내 노력이 표현될 수 있다. 그래서 극장 개봉을 우선시 한다"라고 극장용 영화를 우선시하는 이유를 전했다.


또한 "언제나 그렇게 목표해서 만들어왔기 때문에 이번이라고 특별히 새삼 다를 건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이 유만수 역을 맡아 '공동경비구역 JSA'(2000), '쓰리, 몬스터'(2004) 이후 박찬욱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웃겼다. '이거 정말 박찬욱 감독님이 만드실 영화 맞아?' 싶을 정도 였다. 그래서 감독님께 '이거 웃겨도 되는 건가요?'라고 여쭤봤는데, 오히려 더 좋다고 하시더라"라며 "단순히 코미디가 아니라, 웃기면서도 슬픈 복합적인 감정이 동시에 드는, 묘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만수는 25년간 헌신한 제지공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후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이병헌은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굉장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면서 심리와 행동이 변한다. 그 변화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라며 "극단적인 상황일수록 개연성을 살리려고 애썼다"라고 연기하면서 신경 쓴 부분을 밝혔다.


9년 만에 '어쩔수가없다' 미리 역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손예진은 "오랜만에 영화로 인사드리는데, 박찬욱 감독님 작품이라 영광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감탄하는 배우들, 선배들과 함께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설렌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손예진은 "그 동안 박찬욱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었다. 이병헌 선배가 이미 캐스팅돼 있었기 때문에 다른 조건 다 배제하고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시나리오가 강렬해 '내가 맞을까' 고민도 했지만 '안하면 안되겠다'라는 마음으로 선택했다"라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출산 이후 엄마 역할을 연기한 것에 대해 "아이를 낳고 처음 하는 작품이라 도움이 됐다. 이전에도 엄마 역할을 해봤지만 실제 경험은 달랐다. 모성적인 부분이 중요한 역할이라 몰입하기 쉬웠다"라고 ㅁ라했다.


박희순은 만수가 동경하는 잘나가는 제지 회사 반장 선출 역을 맡았다. 박희순은 "영화 기다리다 굶어죽을 것 같아서 요즘은 OTT 전문배우로 살았는데 오랜만에 받은 시나리오가 감독님 작품이라 영광스럽게 참여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희순은 "박 감독님의 오랜 팬이라 시나리오가 들어왔다고 듣고 이미 마음을 굳혔다. 대본을 보니 재밌었고, 코미디적 요소도 많았다. 극적인 갈등이 고조될수록 오히려 웃음의 강도가 커지고, 그러면서도 페이소스가 있었다. 감독님 작품 중 가장 웃음 포인트가 많았던 것 같다"라며 "이제 칸을 노리지 않으시고 1000만을 노리시나 했다"라고 전했다.


이성민은 재취업이 절실한 제지 업계 베테랑 범모로 분했다. 이성민은 "박찬욱 감독님과 작업할 날을 기다려 왔다"라며 '난 캐릭터보다감독님에게 끌렸다. 시나리오 받고 무슨 역할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만수 역인가 싶었는데 아니더라. 그래도 무조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박찬욱 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박 감독은 "영화 만들 때 오로지 한국 관객만 잘 이해할 수 있는 유머라든가 농담, 어떤 뉘앙스를 하려고 하진 않는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외국인 관객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오래 살아남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다. 50년, 100년 후 미래 세대도 찾아보는 작품을 하고 싶다. 극장용 영화에 매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래 세대도 지금 사람들처럼 웃고 울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면 지금 외국인에게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에서도 외국인에게 특별히 ‘이걸 유심히 보라’고 할 만한 건 없지만, 한 가지 말하자면 우리나라 가요가 많이 사용된다. 조용필, 김창완, 배따라기 같은 노래들인데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들으면 참 재밌고 아름답다고 느낄 거라 확신한다. 한국의 훌륭한 가요들을 외국인들이 들으면 더 재밌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병헌은 "나도 팬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하니 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얼마 전 영화를 보면서도 역시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영화를재미있게 보셨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박 감독은 영화 메시지에 대해 "해고된 사람의 이야기지만 어둡지 않게 만들려고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떤 슬픈 이야기에도 들여다보면 우스운 구석이 있다. 웃겨서 슬프기도 하고, 슬퍼서 웃기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의 모습, 이웃에게서 볼 수 있는 감정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웃을 울 수 있는 모두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9월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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