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화 속 '프리미엄 TV' 승부수... 시장 판도 바뀔까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5.08.15 06:00  수정 2025.08.15 06:00

수요 둔화·중국산 공세 속 초대형·고급화 전략 강화

마이크로 RGB TV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글로벌 TV 산업이 장기 침체와 수요 둔화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 업체들이 초대형·초프리미엄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 특수 이후 교체주기 장기화, 경기 둔화, 스트리밍·모바일 기기 확산 등 구조적 요인으로 TV는 '필수재'에서 '선택재'로 변하면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TV 시장의 경우 아직 매출 기준으로는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서 있지만, 수량 기준 점유율은 중국에게 이미 역전 당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이 TCL, 하이센스 등의 업체들의 출하량(31.3%)이 삼성·LG전자의 합산 출하량(28.4%)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0.1% 줄어든 2억87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산의 추격도 문제지만, 전반적으로 TV 시장이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틈을 타 중국 TCL·하이센스 등은 저가 LCD 시장을 파고들어 점유율을 25% 안팎까지 늘리며 삼성·LG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OLED TV는 프리미엄 시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지만, 여전히 전 세계 TV의 약 70%를 LCD 제품이 차지하며 전환 속도가 더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115형 ‘RGB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100마이크로미터(㎛) 이하 초미세 RGB LED 칩을 독립 제어해 색정확도와 명암비를 극대화하고, AI 화질 엔진으로 장면별·객체별 실시간 최적화를 구현한 초프리미엄 제품이다.


가격은 약 4490만 원으로, 글로벌 럭셔리 홈시네마·고급 상업공간이 주요 타깃이다. 삼성은 대중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방어'에 방점을 찍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시장은 이미 중국이 장악했고, 프리미엄만이 한국 업체의 방어선"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도 이런 전략의 배경을 뒷받침한다. 최근 보고서에서 유비리서치는 글로벌 Micro‑LED TV 생산 캐파가 2023년 연간 5만 대에서 2030년 600만 대로 급증하며, 전체 Micro‑LED 시장 규모가 약 13억4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주한 유비리서치 애널리스트는 "Micro‑LED TV는 2030년까지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등 밸류체인 전반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7년 이후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되면 가격 경쟁력과 응용 분야 다변화로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긍정적으로는 고부가 프리미엄 시장이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지만, 전체 출하량에서 프리미엄 TV 비중은 아직 10% 미만에 불과해 매출총량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패널 가격 하락(2025년 6월 LCD TV 패널 평균가 전년 대비 10~15% 하락)으로 원가 부담은 줄었지만, '수요 절벽'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인식이다.


이에 향후 2~3년간 글로벌 경기 회복과 신흥국의 프리미엄 수요 창출, 마이크로 LED 양산 안정화가 업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프리미엄 집중 전략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지만, 기술 혁신이 얼마나 빠르게 대중화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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