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임기 내 반도체 공장 짓는 기업, 무관세” [트럼프 스트레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8.08 06:51  수정 2025.08.08 07:15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 괜찮나…美상무 트윗 한 줄이 전부

EU와는 공식 문서에 “반도체 15%”…日과도 백악관이 공식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지난 6일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투자 계획 발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에 한해 고율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미 폭스뉴스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동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100%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약속하고, 이를 상무부에 신고한 뒤 공사 전 과정을 감독받으면 반도체 수입 시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장 건설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전날 반도체 수입품에 대한 100%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거나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에는 관세가 면제된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의 설명은 미국 현지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건설을 진행할 경우 미국 밖에서 생산한 반도체에 대해서도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관세 면제 기준을 좀더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텍사스주와 인디애나주에 각각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잇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3700억원)를 투자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이번 조치는 관세 부과 자체보다 미국 내 생산 유치를 압박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관세가 무역적자 해소 등을 명분으로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달리 반도체 기업의 미국 현지공장 건설을 압박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얘기다.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당시 전 세계가 반도체 공급 차질을 경험한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위한 국가안보 전략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초당적 목표로 떠올랐다.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관세 자체보다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공장 투자 유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를 통해 유입될 반도체 관련 투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최대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TSMC는 애리조나에 2000억 달러, 마이크론은 아이다호와 뉴욕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며 “전국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팀 쿡(오른쪽) 최고경영자(CEO)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반도체에 “대략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밝힌 것과 관련해 100%대 반도체 품목별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정부가 ‘최혜국 대우’(MFN) 지위를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MFN은 특정 국가에 가장 유리한 대우를 해줬다면 다른 교역 상대국에도 이를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국제 무역 규범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국이 지난달 30일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반도체·의약품 분야에서 최혜국대우(MFN)를 보장받았으며,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이 최혜국 대우를 받을 것이라 명시한 미국측 공식 문서가 없는 상태다. 러트닉 장관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한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쓴 것이 전부라는 말이다.


반면 미국은 유럽연합(EU)과의 합의에서는 ‘팩트시트’라는 공식 문서를 발표해 “EU의 자동차와 부품, 의약품과 반도체 등에 15% 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명시했다. 백악관은 일본과의 합의 이후에도 홈페이지에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