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생명과학 합병 무산…진양곤 회장에게 놓인 두 과제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08.05 14:54  수정 2025.08.05 16:53

HLB-HLB생명과학 흡수합병 공식 철회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상한선 400억 초과

진양곤 회장 지배력 강화 '플랜B' 고심할 듯

진양곤(왼쪽) HLB 회장이 HLB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HLB가 자회사 HLB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려던 계획이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보류에 이어 흡수합병도 좌초되면서 진양곤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대안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는 HLB생명과학과의 흡수합병을 공식 철회했다. 지난 4월 합병을 결정한 지 약 세 달 만이다. HLB생명과학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계약상 상한선인 400억원을 초과하면서 결과적으로 합병이 무산됐다.


HLB는 흡수합병 발표 당시 계열사의 성과를 HLB의 기업 가치에 직접 반영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HLB와 HLB생명과학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리보세라닙의 판권과 수익권을 통합하고 국내 품목허가 신청에 추진력을 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HLB와 HLB생명과학의 합병비율이 발목을 잡았다. HLB와 HLB생명과학 합병비율이 1 대 0.1167458로 결정되자 HLB생명과학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HLB보다 HLB생명과학이 재무재표상 안정적인 사업구조임에도 불구하고, HLB생명과학의 합병비율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됐다는 불만이 확산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양사는 별도 법인으로 남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진양곤 HLB 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리보세라닙 FDA 승인이 최종 불발될 경우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합병을 통해 이를 선제적으로 방지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합병을 계획대로 마무리했을 경우 HLB 최대주주인 진양곤 회장의 지분율은 7.23%에서 6.69%로 소폭 하락하게 된다. 합병이 이뤄지면 신주가 대량 발행돼 기존 주주의 상대적인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대주주에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지분율은 9.56%에서 10.37%까지 늘어날 전망이었다.


현재 HLB생명과학의 최대주주는 16.98% 지분을 가진 HLB다. 진양곤 회장은 HLB의 최대주주로, ‘진양곤 회장 → HLB → HLB생명과학’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HLB생명과학을 간접 지배해왔다. 이번 합병은 HLB생명과학이 보유한 자산과 권리,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까지 HLB로 흡수할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진 회장에게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목표이기도 했다.


HLB 측은 HLB생명과학과의 합병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HLB그룹 관계자는 “최근 HLB생명과학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면서 주주들이 매도 차익 확보보다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며 “경영 효율화, 유사 사업 통합, 리보세라닙 권리 일원화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된 이번 합병은 주식매수대금이 합병 계약 기준을 초과함에 따라 중단하게 됐지만 향후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HLB생명과학의 주가 부양이다. 합병에 반대했던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주가를 끌어올려 보다 유리한 합병 비율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HLB생명과학이 리보세라닙 국내 판권을 핵심 사업으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결국 FDA 승인 여부가 주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LB는 지난달 21일 FDA와 품목허가 재신청을 위한 Type-A 미팅을 진행한 상태다. HLB가 재신청에 속도를 내고 FDA가 우선심사(priority review)로 분류할 경우 연내 승인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만 재신청 일정이 지연되거나 FDA가 통상심사(standard review)로 분류할 경우, 승인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향후 일정은 항서제약이 자체안을 마련한 뒤 엘레바와 협의해 공개할 수 있다”면서 “일정 정보가 공매도 세력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돼 주주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어 향후 주요 일정과 관련된 정보 제공에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 절차가 속도를 내서, 진양곤 회장이 ‘주가 부양’과 ‘신약 성공’이라는 두 과제를 풀게 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HLB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리보세라닙의 불확실성을 상쇄할 카드로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을 꺼내든 것이다. 리라푸그라티닙의 FDA 허가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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