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 등 이상 기후에 농축산물 가격 폭등
여름 대표 과일 수박은 한 통 3만원
"기후 적응 품종 개발·수입 다변화 등 현실적 대안 절실"
때 이른 폭염과 기록적 폭우에 이어 다시 폭염이 이어지면서 여름철 주요 식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여름 제철 과일인 수박이다. 수박은 한 통 가격이 3만원을 넘길 정도로 비싸졌다. 무더운 날씨가 생육에 악영향을 미쳐 당도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기준치 이상의 출하 가능한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수박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상추, 배추 등의 채소류 값도 상승세며 닭, 돼지 등의 가축 폐사도 이어지면서 육류 가격도 심상치 않다. 특히 돼지와 닭·오리 등 가금류는 체온 조절 능력이 약해 폭염에 취약하다.
양식장 역시 수온이 상승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수온이 올라가면 물속 산소량이 줄어 어패류가 폐사한다. 지난해 고수온에 따른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무더위에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며 유제품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젖소는 대부분 홀스타인종으로 고온 스트레스에 약해 기온이 27도 이상이면 생산성이 감소한다. 무엇보다 32도 이상의 폭염이 지속되면 우유 생산량이 많게는 20%까지 줄어든다.
낙농진흥회는 국내 우유 원유(젖소가 생산한 젖으로, 가공하지 않은 것) 생산량이 폭염 발생 전보다 5∼10%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전체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5% 증가하며 5월(0.1%)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문제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물가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기상청은 ‘3개월 전망’을 통해 다음달 평균기온이 평년(24.6~25.6도)보다 높을 가능성을 50%로 예측했다.
물론 기후위기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기상 현상을 분석한 결과, 극한 기후 현상이 전 세계적 식료품 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2023년 말과 2024년 초 발생한 가뭄으로 코코아 국제 가격이 무려 300% 뛰었다. 지난해 5월 기온이 49.2도까지 오르는 등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던 인도는 양파와 감자 가격이 90% 가까이 급등했다.
기후위기는 물가 상승을 넘어 심각한 식량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업 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단기적인 대응 그리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수입 다변화는 물론 기후 적응 품종 개발, 기술 혁신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유통 과정의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 기후 위기에 맞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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