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입은 공연③] ‘특별함’이냐 ‘위화감’이냐…두 얼굴의 VIP 마케팅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30 14:27  수정 2025.07.30 14:27

고정 객석 한계 넘어선 VIP 패키지, 재투자 선순환 발판

치솟는 티켓값, 소외되는 관객…'그들만의 리그' 우려 증폭

샤롯데씨어터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테마로 선보인 공연장과 뮤지컬펍의 컬래버래이션 공간인 '커튼콜 인 샬롯' ⓒ롯데컬처웍스

“VIP 마케팅은 제작사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형 뮤지컬이나 콘서트 시장에서, 안정적인 추가 수익원은 콘텐츠의 질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하지만 그 칼날은 매우 날카로워서,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시장 전체를 베는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A 뮤지컬 제작사 대표)


공연계에서 고가의 패키지 상품이 급증하며 대중문화예술 시장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VIP 마케팅’이 급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특별한 경험’과 ‘희소성’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VIP 마케팅은 공연 시장에 분명한 수익 증대 효과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경계해야 할 문제점들도 안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VIP 마케팅의 가장 큰 긍정적 효과는 단연 ‘수익 증대’다. 고정된 객석 수의 한계를 넘어 1인당 평균 구매액(객단가)을 극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콘서트 업계 관계자는 “대형 콘서트의 경우, 전체 티켓 판매량의 5%에 불과한 VIP 패키지가 전체 티켓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제작사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고수익 모델이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은 무대, 음향, 조명 등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 실력 있는 아티스트와 스태프에 대한 합당한 대우, 새로운 작품 개발 등 공연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데 재투자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또한 VIP 고객 데이터는 그 자체로 중요한 자산이다. 구매력과 충성도가 높은 핵심 고객층을 파악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교한 맞춤형 마케팅(CRM)을 펼칠 수 있다. 차기작을 홍보하거나, 관련 MD 상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 VIP 리스트는 가장 효과적인 채널이 된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가격대의 패키지 상품들이 팬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서 매진되는 것을 보면, 공연 시장의 소비 양상이 확실히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며, “프리미엄 패키지 판매는 제작비를 충당하고, 더 나아가 무대 장치, 의상, 조명 등 공연의 질을 높이는 데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즉 전체 공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동시에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VIP 마케팅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본질적 가치’의 희석 가능성이다. 공연 자체의 예술성이나 작품성보다는 부가적인 VIP 특전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공연이 가진 본연의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연극 연출가는 “VIP 마케팅이 단기적인 수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공연의 핵심은 결국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라며 “상품성만 강조하다 보면 공연의 예술적 깊이가 얕아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인한 관객들의 피로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VIP 상품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일반 티켓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일반 관객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5월 발표한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공연 티켓 1매당 평균 판매액은 6만8864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65원(약 7.4%) 늘었다. 상승률이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 2.1%보다 3배 이상 높다. 2023년 1분기 5만6204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2.5% 늘어난 수치다.


나아가 일반 관객과의 위화감 조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VIP 고객에게만 특별한 서비스와 혜택이 집중될 경우, 일반 관객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팬덤 내에서도 VIP 특전을 누리는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건전한 팬덤 문화와 공연 시장의 생태계를 저해할 수 있다.


한 아이돌 팬이라는 20대 대학생 B씨는 “VIP 티켓을 구매하지 못하면 진정한 팬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한다. 공연 관람 자체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 “예를 들어 입구부터 길이 다르다거나,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다르다는 걸 목격하면 서글퍼지기 마련이다. 마치 우리는 ‘진짜 팬’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VIP 마케팅은 당분간 대중문화예술 시장의 중요한 수익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의 경험 및 가치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고 팬덤 경제가 더욱 심화될수록, 특별한 경험과 희소성을 제공하는 VIP 상품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VIP 상품의 종류와 형태는 더욱 다양해지고 고도화될 전망이다. 단순히 좌석 등급을 나누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와의 온오프라인 소통 기회, 한정판 굿즈, 콜라보레이션 이벤트 등 창의적인 VIP 패키지가 계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중한 접근과 균형점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VIP 마케팅의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콘텐츠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모든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공연 평론가는 “‘균형’과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VIP 마케팅은 분명 새로운 기회이지만, 대중문화예술은 결국 모든 관객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VIP 관객에게는 그에 합당한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되, 그 수익의 일부를 공연 전체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공연 생태계에 ’빈익빈 부익부‘를 일으킬 수 있다. 특정 계층만을 위한 잔치가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업계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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