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감사위 "교체 시도 당헌·당규 근거 없어"
권영세·이양수에 중징계 권고…즉각 반발
'인적쇄신' 논란 재점화에 '갈등 확산' 우려
'김문수 대세론'과 '혁신파 우세론' 팽팽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직후 '김문수-한덕수' 후보 교체 시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당시 지도부와 선관위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면서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있다. 감사위가 당내 혁신파가 던진 '인적쇄신론'에 힘을 싣는 듯한 결정을 내리면서 대선 당시 지도부의 책임론과 관련한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아울러 감사위가 단일화를 거부했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겐 책임을 묻지 않겠단 결론을 내면서, 김 전 장관의 당권 도전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쪽에선 이번 감사위 결정으로 혁신파 당권주자들의 인적쇄신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는 만큼 향후 당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일준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25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후보 교체 관련 당무감사 결과 브리핑'을 열어 "집권당에서 정당하게 선출된 대선후보를 당 지도부가 교체하려다가 실패한 사안"이라며 "당헌 74조 2항을 근거로 후보 교체를 시도한 건 당헌·당규상 근거가 없는 불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당헌 74조 2항은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 후보자 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감사위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의 대선후보를 교체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유 위원장은 당시 비대위를 이끌었던 권영세 의원과 사무총장으로 선관위원장을 겸하고 있었던 이양수 의원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정했다. 그는 "사안의 엄중함을 봐서 (권 의원과 이 의원에게) 제일 중한 '당원권 정지 3년'의 징계처분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 당내는 즉각 소란스러워졌다. 징계 대상으로 지목된 권영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즉각 "수용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반드시 바로잡힐 것으로 확신하고, 이런 파당적인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이야말로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양수 의원도 다수 언론에 "수용하기 어렵다. 윤리위원회에서 바로잡아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반발도 뒤따랐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시 단일화를 위한 후보교체 절차는 다수 당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며 "당무감사위가 평가하기 전에 이미 당원들이 평가를 내린 사안이고, 당시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이양수 총장은 이러한 당원들의 결정을 수용해 직을 사퇴했다. 정치적 책임을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후보 교체 시도 당시 원내대표로서 비대위에 참여했지만 징계 대상에서 빠진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당무감사위가 결과론적 시각에서 법원의 판단을 넘어선 자의적 해석을 내놓은 건 우리 당에 불필요한 짐만 더하는 처사'라며 "당무감사위에 요청한다. 나 역시 권영세·이양수 두 분과 함께 징계 회부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번 발표로 인해 갈등이 더 확산될 수 있단 우려를 내놓고 있다. 당원권 정지 3년은 최고 수준의 징계다. 만약 윤리위에서 징계안이 의결될 경우 두 의원은 2028년 총선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당내 일부 '혁신파'가 주장해온 인적쇄신과 맞닿아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간접적으로 '쌍권'을 애기했고 조경태 의원은 관저에 간 45명 플러스 알파라고 하면서 당시 지도부한테 나가라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감사위가 인적쇄신 주장과 비슷한 결론을 낸 만큼 앞으로 같은 상황에 처한 의원들과 혁신파들의 갈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당무감사위의 이 같은 결정이 현실화될지 여부가 미지수란 점이다. 감사위의 징계 청구는 당 윤리위가 심사한다. 현 윤리위원장은 권영세 비대위원장 시절 임명된 여상원 변호사다. 아울러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현 비대위나 차기 지도부가 이를 의결해야 징계가 실효성을 발휘하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당 안팎의 시선은 차기 전당대회를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가 윤리위원장과 당무감사위원장을 임명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8·22 전당대회를 통해 새 당대표가 선출되면 현 윤리위원장을 교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실제로 한동훈 전 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을 때 임명됐던 신의진 전 윤리위원장은 권영세 비대위가 들어온 직후 여상원 위원장으로 교체됐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감사위가 조사한 사태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재 당권주자로 뛰고 있단 것이다. 김문수 전 장관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강제 단일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당 안팎의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이날 감사위의 발표로 김 전 장관이 단일화 거부와 관련한 부정적인 평가를 일부 덜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일준 위원장은 이날 결과 발표 도중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경선에서 단일화 마케팅을 하고 선출된 후에 다른 태도를 보여 다수가 배신감을 느낀 건 사실이다. 비난받을 여지가 다분하다"면서도 "단일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당헌·당규상 처벌 규정이 없어서 넘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전 장관은 다수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후보 중 1~2위에 랭크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전 장관이 당권을 쥐게될 경우 단일화 문제에 엮인 의원들과 갈등을 벌일 수도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문수 후보가 되면 경우에 따라 소송도 걸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친윤이라 불리는 구주류들은 굉장히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번 감사위 발표로 김 후보가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혁신파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단 분석도 나온다. 감사위가 낸 결론이 혁신파들이 꺼내든 인적쇄신론과 유사한 부분이 다수 있어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감사위가 혁신이나 쇄신에 대한 국민 요구가 강하게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걸맞은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해석된다"며 "혁신 그러니까 반극우연대 쪽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만큼 결선투표로 가게 되면 김 후보가 이길 것이란 보장이 없어지고 혁신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위 결과를 중심으로 혁신연대가 뭉친다면 유리하게 여론을 끌고 갈 수 있지만, 김 후보뿐 아니라 사태에 책임이 없는 장동혁 후보나 주진우 후보가 주목받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상황이 너무 복잡해지면서 당권을 누가 쥐느냐를 예측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전대 직전까지 잡음이 계속될텐데 국민 눈에 부정적으로만 비칠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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